나의 봄

by 샹송

세상이 녹아 부드러워지고 모든 산물이 깨어난다.

봄은 시작되었고 계절은 저절로 흘러갈 것이다.

초봄의 공기는 아직 쌀쌀히다.

기억 속의 지난봄은 늘 더 따스하다.


들이나 길가에 먼저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들의 잎이 푸르지가 않다.

새로 돋은 잎들이 아니라 겨울 추위에 상한 것이다.

꽃이 꽃답게 피어나도 잎이 시들시들하면 보기에 좋을 수가 없다.

봄꽃은 따스한 봄에 피어나야 온전하다.


하지만

얼마쯤 파괴된 봄이 와도 봄은 봄이다.


요즘에는 온전한 것을 보기 어렵다. 금방 오염이 된다.

흠 나지 않은 새것들이 넘치는 화면 속도 그렇다.

환기되지 않은 그 세상은 너무 어지럽다.

자연이 그렇듯 화면 속의 세상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문과 창문이 필요없는 바깥이 좋다.


다람쥐의 외출이 시작되었고 새들이야 말할 것 없이 가장 앞장서 봄날을 행진했다.

걷는 길 위로 홀연히 나타나 길동무가 되는 나비의 동행

메말랐던 물길을 반짝이며 흐르는 냇물의 기척

어느새 부드럽게 뺨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

그것이 아직 남아있는 나의 봄이다.





아이의 봄

"그날 아침에 네가 뛰어 들어오면서 '진짜 왔어! 봄이 왔어!' 하고 소리칠 때,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마치 모든 게 멋지게 행진하면서 뭐가 펑펑 터지고 음악도 한 번씩 울려 퍼지고 그러면서 다가오는 것처럼 들렸거든. 책에 그런 비슷한 그림이 있었는데... 멋진 어른하고 아이들 한 무리가 화관을 쓰고 꽃이 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거야. 전부 다 웃고 춤추고 우르르 모여서 피리도 불고. 그래서 내가 황금트럼펫 소리가 들리지 모르니 창문을 열라고 했던 거야.'

-비밀의 화원(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작가의 봄

나는 새벽에 일어나 우리 오두막 문 앞에서 대지와 바다를 바라보았다. 밤새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내 맞은편 모래사장 위의 하루 전만 해도 색깔이 형편없이 우중충하던 가시덤불이 아침에 보니 하얀 꽃으로 잔뜩 덮여있었다. 공기 속에서 꽃핀 레몬과 오렌지 향내가 그윽하게 풍겨 왔다. 나는 몇 걸음 걸어 나가보았다. 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기적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황제의 봄

4월이 오면 수목들은 연둣빛으로 싱그럽게 물이 오르고, 보스포러스는 맨 먼저 핀 연분홍 목련꽃과 한창 피어나는 진분홍빛 유다나무 꽃, 마로니에 흰꽃, 연보랏빛 등꽃들이 금방 피어날 라일락 꽃봉오리와 어우러져 미모와 향기를 서로 시샘하며 뽐내리라. 노란 유채꽃과 각양각색 튤립들도 정원 가득 다투어 피어나리라.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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