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by 샹송

길었던 것 같지만 지나고 나니 짧게 느껴지네요. 겨울 끝자락에 눈이 많이도 내렸습니다.


물기 머금은 눈이 빠르게 내려와 금방 쌓였습니다. 늦게 온 지각생의 급한 마음인 것 같았습니다. 녹는 것도 아주 빨랐지요. 습설은 무거웠지만 무게만큼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겨울은 때때로 더웠습니다. 답답한 공간 안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을 참아내는 일, 소리와 소음을 구분 없이 듣는 일도 잦습니다. 나가게 둬야 할 것들이 갇혀있는 것 같아 창문을 활짝 열기도 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이번 겨울은 좀 게으르게 보냈습니다. 좋지 않은 것은 멀리 하기도 하면서요.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기보다 안 좋은 것을 먹지 않고, 호의를 베풀기보다 피해를 주지 않으며, 웃기보다 날카로운 말을 않으면서 말입니다. 좋은 것을 하기보다 안 좋은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생각했습니다.


이번 해도 세뱃돈 봉투를 받았습니다. 이제 그럴 나이가 지났지만 그 돈을 내민 손의 주인은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웃으며 감사하게 받는 것이 상대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이제 깨닫습니다. 칭찬이나 호의에 손사래 치며 하는 여러 말보다 감사하다는 한 마디가 더 겸손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게으름을 물리고 며칠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뭔가를 정리하게 됩니다. 날이 풀리면 눈에 거슬리는 게 꼭 생깁니다.


이번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고 옷이 빽빽하게 걸린 행거와 오래되어 바래고 찢어진 앨범을 버렸습니다. 새로 산 것을 보고 다시 버려지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혹 낡아지더라도 바꾸지 말기로 했습니다.


곧 삼월이네요. 겨울이 시작되었을 때는 끝날 때를 생각했었습니다. 봄이 왔지만 끝을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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