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피해서 흐르는 물에 귀를 기울이다가
떠다니는 꽃잎이 부러워서 쫓아갔다.
마주쳐버린, 꿋꿋하게 앉아있는 바위는 고독했고
나와 커다란 느티나무와 소녀가 만났다.
안녕
느티나무를 등지고
소녀가 말을 걸었다.
뚜렷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보랏빛 향기가 풍겨왔다.
취한 척 괜스레 나무껍질을 뜯는다.
그 소리에 돌아본 소녀가
커다란 느티나무 품에 들어왔으면 해서
오늘도 안녕
느티나무를 등지고
소녀가 그림 한 폭을 건넸다.
잔디 위 캔버스에 짙고 영롱한 물감을 쏟았다.
손에 쥔 도화지에 연필과 파스텔 가루를 흩뿌렸다.
나무에 캔버스를 기대고 도화지를 돌돌 말아
소녀와 내가 그린 오로라 빛의 비단 같은 그림 속에
커다란 느티나무도 같이 어울렸으면 해서
안녕 자주 보네
느티나무를 등지고
소녀가 네 잎 클로버를 심는다.
꽃밭을 누비며 향기에 취한 채
해변을 뛰놀며 눈에 담아 온 수평선
황홀하고 맑게 그림을 그렸던 소녀는
잔디 속 작은 선물에 기꺼이 눈물을 흘렸다.
마음속 정원에 네 잎 클로버를 새겨준 소녀는
햇살을 머금은 느티나무를 두 팔 벌려 안아주었다.
내일도 안녕
피어나는 꽃잎이 햇살과 바람을 만나
퍼져가는 설렘이 살갗에 스며드는 계절에
외롭게 차가웠던 바위에 따스함이 앉아있던 시간에
나와 소녀와 커다란 느티나무가 함께 있었다.
사진: Unsplash의Elier Padilla Góm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