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작가의 날들이 반짝였던 이유

장류진 교보문고 보라토크 후기

by Attitude

1. 나름 책 많이 읽는 편이지만, 그 안에서 문학과 비문학의 불균형이 심했다. 딱히 문학이 싫은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비문학만 골라 읽었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집은 소설이 연수였다. 도서관 신간 서가에서 유명한 국내소설가 이름 중 하나로서 '장류진'이 눈에 들어왔다.


단편소설집이어서 한 이야기의 결말까지 가는데 부담이 덜했다. 이야기들이 마치 작가가 직접 겪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나도 이런 비슷한 일 있었어!' 느낄 정도의 리얼리즘이 나를 사로잡았다.


해외작품으로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 국내작품으로는 연수가 내게 문학을 읽는 것에 대한 흥미와 매력을 알려주었다. 그때 연수를 읽으면서 언제고 이 작가님 뵙고 싶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려드려야지 생각했다. (그 기회가 이번에 찾아온 것이다)


2. 이번 작품은 작가님의 첫 에세이 작품이었다. 작가로 데뷔하시고 8년간 소설만 써오시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쌌다. 교환학생 이후 15년 만에 돌아온 핀란드, 그 짧은 며칠 동안 15년의 시간을 회고했다고 한다.


3. 사람이 글을 쓰다 보면 완성하는 과정에서 편집과 각색이 들어가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렇게 지어낸 이야기를 주로 써왔다 보니 작가님에게 에세이는 처음에는 어려우셨다고 했다.


이내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 마음먹고, 제일 잘 아는, 바꿀 수 없는 배경과 인물을 넣었고, 만났던 순간들에 소설 쓸 때의 스킬을 발휘해서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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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번 북토크는 김민철 작가님과 장류진 작가님의 대담형식으로 진행됐다. 김민철 작가님은 이번 신작에 추천사를 써주시기도 하셨는데, 장류진 작가님과 반대로 에세이만 쓰셨다. 그러다 보니 김민철 작가님은 반대로 픽션을 쓰는 것이 어렵다, 장작가님이 대단하다고 하셨다.


김민철 작가님은 여행을 가면 부지런히 메모를 하시는데, 장류진 작가님은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메모를 남기지 않았다고 해서 놀라워하셨다. 애초에 장 작가님은 이 여행은 글로 남기고자 간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막상 그곳에서 뜻밖에 아름다운 순간을 많이 만난 덕분인지,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번 여행을 글로 쓰겠구나 ‘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5. 이 책은 에세이지만, 실질적 주인공은 어쩌면 작가님의 친구 ‘예진‘이다. 좌우명이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누구나 잘 아는 속담, 그래서 작가님은 좌우명을 내세우기 초라하다 여긴 그 속담을 당당하게 좌우명이라 했던 '예진'.


어느 날 에세이에 이름이 남은 소감을 물었더니 장문으로 답했다고 했다. (그중 작가님이 발췌) 내가 뭘 잘해서 이름을 남긴 게 아니지만, 글 잘 쓰는 좋은 친구를 둔 덕에 불멸의 활자로 남게 되어 좋다고. 또 같이 있을 때 몰랐던, 그 순간의 류진이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돼서 좋았고, 놀라웠고, 어떤 부분은 슬퍼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6. 맨 앞의 짧은 소설은 4년 전에 쓴 소설인데, 마켓컬리에서 소설가들에게 마케팅용으로 의뢰한 것이라고 했다. 감정리스트와 재료리스트가 있었는데 작가님은 치유와 감자를 골랐다. 한국인만의 특유함이 많이 있지만 수프의 '온도'가 새로운 특유함인 것이 흥미로웠다.


7. 첫 작품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탐페레 공항’ 편은 놀랍게도 작가님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해 쓴 것이었다. '예진'이 그곳에서 엽서를 써준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썼다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드디어 탐페레 공항에 갔는데, 전해 들었을 때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예진'은 자기 엽서로 그 단편이 써진 것도, 자신이 그때 엽서를 보냈는지도 까먹었다고 한다.


8. 작가님은 핀란드 다녀올 때마다 좋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잘 못 들었는데 아마도)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것. 두 번째는 귀국했을 때 작가로 선정된 것, 세 번째 다녀왔을 때 영국의 <해리포터>를 출간했던 출판사에서 번역본 출간 계약 소식을 받았다고 했다. 핀란드 자주 가셔야겠다고~ ^^


9. 작가님은 이번 에세이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삶, 작가로서의 삶에서 만난 굴곡진 순간, 아팠던 감정들을 가득 담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런 현실에서 자신을 분리하고자 에세이를 쓰지 않고, 소설을 썼다고 했다. 소설은 어쨌든 내 이야기가 아니니 비판받더라도 '내'가 욕먹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나'를 보호하려고 에세이를 쓰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확실히 ‘나는 역시 글 쓰는 사람이었구나 ‘느낀 건 막상 이렇게 풀어쓰고 나니 개운하고 좋았다고 했다. - 그리고 Q&A 에서 한 분이 질문 대신, 이렇게 많이 작가님을 좋아해서 보러 오신 분들을 생각하시며 나쁜 말들에 신경 쓰지 말고 힘내시라 응원했다.


10. 작가님이 딸기라 한다면, 소설은 딸기우유고 이번 에세이는 생딸기 라떼라 비유했다.


예전에 tv프로 '스펀지'에서 봤는데 딸기우유에는 딸기가 안 들어간다. 딸기우유 빛깔과 향이 딸기우유스럽게 할 뿐. 말 그대로 소설이 리얼하지만 정작 거기에는 '장류진'은 없다고 한다.


생딸기 라떼는 순도 있게 딸기가 들어간 만큼 인간 '장류진'이 확실히 들어있다. 하지만 딸기로 만들 수 있는 음료는 무궁무진하듯이 인간의 모습도 다면체이므로, 이번 에세이에서 보는 모습이 '장류진'작가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 그런 의미에서, 비록 이번 에세이가 두꺼운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부어 넣었다고 하시지만 또 다른 작가님의 모습을 담은 에세이 후속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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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작가님 책을 읽다 보면 웃기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글로 독자를 웃기는 팁이 있으신지?

작가님은 자신의 글을 보고 누가 웃는 모습을 보거나, 웃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게 어느 부분인지, 왜 웃겼는지 무척 궁금하다고 했다. - 사전 질문이었는데 막상 질문 남기신 분이 토크쇼에 안 계셔서(아니면 손을 안 드셨거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풋과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특별히 글을 쓰기 위해 영감수집 모드로 들어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수의 자전거동호회라는 작품은 그냥 놀면서 본 연애프로에서 메기남이 등장하며 기류가 바뀌는 장면과 무려 10년 전 남편이 뚜르드 프랑스 대회에서 자전거가 넘어졌는데 바퀴가 계속 돌아간 이야기 해준 게 기억나서 결합시킨 결과라고 했다. - 그 단편은 개인적으로 나도 모임 하면서 비슷한 걸 경험해서 실감 났던 작품이었는데 그렇게 멀리 떨어진, 힘들여서 주운 것은 아닌 기억조각을 맞춰서 완성시켰다니 그저 대단하다고 느꼈다.


작가만큼은 아니어도 글을 종종 쓰는 나로서 강연 내내 공감했던 것은, 일단 글을 쓰다면 주변의 사소한 것들도 관심이 간다. 무심코 지나간 기억들이 튀는 코스프레를 착용하고 다시 드러나기도 한다. 글 쓰는 마음과 기억과 현실이 공명하여 반짝이는 별, 그것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빛나기에 무엇이든 처음부터 글로 담으려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작가와 빛으로 공명할 순간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Nechama 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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