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

제도화를 위한 방법론 정리

by 재리건아빠

우리 민법은 권리·의무의 주체를 사람과 법인으로만 인정하기에 동물은 법적 주체가 될 수 없고, 결국 법적으로 “물건” 취급된다. 이 때문에 동물에게 직접 권리를 인정하거나 동물이 소유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법원은 반려견이 안락사된 사건에서, 동물이 “권리능력 주체”가 아니므로 위자료 청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법률상 권리주체가 될 법 규정이나 관습법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의 원고적격을 부정하였다.

해외 법제 동향을 보면 우리와 다르다.

• 미국 하와이주: 멸종위기종 조류가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연방법원·항소법원이 자연보호법에 따라 그 조류의 권리를 인정했다.

• 인도 우타라칸드 법원: 히말라야 일부 빙하에 법인격과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 있다.

• 뉴질랜드: 강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하고, 법적 주체로 인정한 법률도 존재한다.

우리 법제의 한계와 시사점

• 우리 법은 동물·자연을 “보호의 대상”으로는 하지만, 독자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 다만 최근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헌법 개정 논의 등으로, 장차 동물·자연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점이 언급된다.

왜 동물의 법적지위를 재정립해야 하는가.

동물이 독자적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부당한 가해행위로 인한 불필요한 고통에서의 해방”이다. 이를 위해 동물에게 독자적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인간 사이의 다툼만 늘어갈 것이다. 인간끼리의 명분과 이념 싸움판에는 동물보호라는 정의로운 구호는 들리지 않고, 그렇게 사회와 환경은 썩어간다.

인간이 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니 많이 하는 것은 동물에게 법적 권리가 없어도 되고, 신탁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신탁업자 이외에는 별로 고민할 이유 없다.

그렇다면 헌법을 개정해야만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나?

다른 시각의 의견이 있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관점의 동물권

“급변하는 사회·환경·기술 조건 속에서 기존 법체계는 여전히 유효한가.”


현재의 법체계는 “전통적인 권리 주체 개념과 사후적 책임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복합적·집단적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다는 진단이 있다. 이 진단은 환경이나 기술 위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물의 법적 지위 문제 역시 동일한 구조적 한계 위에 놓여 있다. 현행 법질서에서 동물은 보호의 대상일 뿐, 이해관계의 주체로 상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보호가 항상 권리보다 후순위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보호 객체에서 권리 고려 대상으로

2024년 법제연구원 여름호 발간자료 중 “새로운 권리의무주체의 법제도적 수용방안 연구(조용혁)”라는 글을 참고했다.

글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보호’에서 ‘권리 고려’로의 이동이다. 원문은 “법은 더 이상 사후적 구제에만 머물 수 없으며, 예방과 고려의 단계에서 개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를 동물권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전환된다. 동물은 단지 인간의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호 객체인가, 아니면 법이 고려해야 할 독자적 이해를 가진 존재인가.

글은 직접적으로 ‘동물권’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전면적인 권리능력 부여가 아니더라도 절차적·기능적 주체성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권리 주체 개념의 확장을 논의한다.

이는 동물에게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동물의 이익이 법적 판단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구조를 마련하자는 문제 제기로 읽힌다.

원고적격과 대표의 문제: 동물은 왜 법정에 설 수 없는가

글이 반복해서 다루는 쟁점 중 하나는 공익소송과 원고적격의 한계다.

원문은 현행 제도가 “직접적·개별적 권리 침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공익적 이해관계의 사법적 보호에 구조적 제약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동물권 소송에서 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동물은 스스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대리나 대표를 통한 권리 주장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 결과 동물 관련 분쟁은 소유자나 단체의 권리 침해 문제로 축소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의미심장하다. 즉, 권리 주체성의 전면 인정이 아니라, 대표를 통한 절차적 권리 행사, 공익대표 제도의 활성화, 원고적격의 단계적 완화라는 접근이다. 이는 동물권 소송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설계다.

예방원칙과 동물권: 사후 처벌은 충분한가

글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예방원칙이다.

원문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중대한 위험이 예상된다면 국가의 선제적 개입이 정당화된다”라고 명시한다.

동물권 영역에서 우리는 여전히 사후 처벌 중심의 법 집행에 의존하고 있다.

학대가 발생한 뒤 처벌하고, 대규모 피해가 확인된 뒤 제도를 개선한다. 그러나 글이 말하는 예방 법리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 대규모 번식·사육 구조

• 반복적 학대 위험이 내재된 산업 시스템

• 관리·감독 부실이 구조화된 보호시설

이러한 영역에서 동물의 고통은 예측 가능하며, 따라서 예방 가능하다. 글의 논지는 동물권 법제에서도 “사후 책임이 아니라 사전 관리와 감독 의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가의 보호의무를 넘어서

글은 국가의 역할을 단순한 조정자가 아니라 적극적 보호의무 주체로 재정의한다.

원문은 “국가는 위험의 발생을 방치하지 않을 헌법적·제도적 책임을 진다”라고 강조한다.

동물권 역시 마찬가지다.

동물 보호를 민간의 선의나 시민단체의 헌신에 맡겨두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국가가 구조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동물의 고통은 반복된다.

글이 제시하는 국가 책임론은 동물권 법제에 다음과 같은 함의를 남긴다.

• 동물 보호를 ‘정책 선택’이 아닌 국가의 법적 의무로 위치시킬 것

• 행정청의 재량을 축소하고 감독 책임을 명문화할 것

• 동물의 이익을 공익 판단의 요소로 포함시킬 것

맺음말: 동물권은 법의 확장 문제일 수도 있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동물권 논의가 피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명백하다.

동물권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상상력의 문제다.

보호의 대상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고려되어야 할 주체로 이동할 것인가.

글은 그 경계선에서, 분명히 기존 법체계의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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