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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 졸업 후 진로고민 중인 당신에게

미국 로스쿨 이야기

뉴욕 맨하튼이나 LA 다운타운과 같은 대도시의 높은 빌딩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 그리고 멋진 수트를 입고 한 손에는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그리는 로스쿨 졸업 후의 꿈꾸는 변호사의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로스쿨을 졸업한 거의 모든 변호사들이 택하는 전통적인 변호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직업들 역시 변화하고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많은 자리들이 AI와 리걸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로 인하여 사라지고 있고 남아있는 자리들 역시 그 모습이 조금씩 변화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전염병의 전세계적 대유행(pandemic)은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최근들어 모든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걱정을 덜어줄만큼 전통적인 변호사의 자리는 충분하지 않아 왔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심화되고 있다. 한편, 로스쿨에 입학할 당시부터 이미 전통적인 변호사의 모습을 꿈꾸지 않는 학생들의 비중이 최근에는 20% 정도까지 늘어났고 그 숫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법학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은 그 자체가 특정 직업처럼 여겨져왔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직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실제로 법학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변호사나 판사 등의 법률 직군이 아닌 다른 직업군으로 진출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로써 증명이 되었다. 일례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3,500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조사대상 중 9%가 로스쿨을 졸업하여 법학 학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조사 결과 법률에 전문소양이 있는 CEO가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훨씬 적은 수의 소송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소송에 적게 연루된다는 것이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반드시 긍정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로스쿨 교육은 학생들에게 상황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받은 이러한 혹독한 트레이닝은 변호사 이외의 직업을 가지는 경우에도 직업인으로서의 훌륭한 기초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로스쿨을 나와 전통적인 변호사가 아닌 다양한 진로 중 대표적인 분야에 대하여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1. 저널리즘


로스쿨 교육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글쓰기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로스쿨생들이 졸업 후 저널리즘 분야로 진출하곤 하는데 특히 미국에는 법률과 관련된 뉴스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미디어들이 많이 있다. 꼭 법률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문제나 비리를 조사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 기자가 가지고 있는 법적인 지식은 기사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채용정보 사이트인 ZipRecruiter에 따르면, 법률 저널리즘 분야로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연봉수준이 $37,293(하위 25%)에서 $57,037 (상위 25%) 정도로 나타났다.



2. 정부 입법기관 정책 자문


로스쿨에서는 기존에 제정되어 있는 법을 가르치는 부분도 있지만, 더 중요한 교육은 바로 법률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이다. 따라서 로스쿨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습기관으로 보는 것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기존의 법률 및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이에 대한 비판, 다른 법률 또는 선례들과의 보다 더 조화롭고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위한 논의를 끊임없이 하도록 요구하는 전문훈련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관리하고, 시행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에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 특히 공직에서 입법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연방 법률 및 각 주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새롭게 입법되는 법률 또는 정책 등이 기존의 선례나 다른 법률 및 정책들과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지, 시민들의 신뢰보호의 문제는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그 정합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ZipRecruiter에 따르면, 정부 입법기관의 정책 자문 분야로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연봉수준이 $52,000(하위 25%)에서 $104,000(상위 25%) 정도로 나타났다.



3. 부동산 에이전트


로스쿨에서 물권법을 전문으로 공부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법적 절차와 계약상의 용어에 친숙하고 잘 이해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에는 많은 법률적 서류 작업을 수반하며, 의뢰인을 대리하여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부동산 거래 협상 시 엄청난 자산이 된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는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회원이면 부동산 에이전트 시험을 보기 위한 필수 교육과정을 면제받을 수 있다.  


ZipRecruiter에 따르면, 부동산 에이전트 분야로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연봉수준이 $52,000(하위 25%)에서 $100,000 (상위 25%)정도로 나타났는데,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거래가 많은 요즘같은 시기에는 전체적으로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연봉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 컨설팅


전통적인 변호사로서 로펌이라는 직장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분야의 업무에 도전하려는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로 바로 투자은행,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회계법인에서의 택스 컨설팅 등이 있다.


ZipRecruiter에 따르면, 이러한 컨설팅 분야로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연봉수준이 $50,000(하위 25%)에서 $104,000(상위 25%) 정도로 나타났는데, 자신이 가진 전문분야가 특이하고 그 전문성이 높을수록 연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5. 아카데미아


로펌과 같은 경쟁적이고 혹독한 근무환경을 선호하지 않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상당수는 학계로 진출한다. 특히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열정이 있고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자리일 수 있다. 필자가 다닌 로스쿨의 특허법 교수님 역시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시카고에 있는 유명 대형로펌에 입사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로펌을 그만두고 교수로 진로로 바꾼 전설적인 분이었는데, 특허법을 비롯한 지식재산 학문 그 자체에 대단한 열정이 있는 분이었다. 상당수는 로스쿨의 법학 교수직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상당수의 로스쿨 졸업생들은 각 대학의 학장이나 입학처장 등의 교원 자리나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거나 진로 컨설팅을 해주는 비학문적인 분야에서 일하기도 한다.


ZipRecruiter에 따르면, 이러한 컨설팅 분야로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연봉수준이 $45,500(하위 25%)에서 $79,500(상위 25%) 정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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