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 3월 12일
매우 맑음.
이틀 동안 계속 비 오고 흐리다가 처음으로 화창한 날. 오자마자 바쁘게 다녀서 남은 이틀은 여유롭게 보내기로 했다. 일요일 브런치를 먹으러 파리의 번화가인 마레지구로 출발.
카페 라테와 아보카도 토스트&오늘의 수프 메뉴를 시켰다. 매번 바뀌는 스프라고 하는데 그 날은 강낭콩 수프로 짭조름하면서 건강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같이 나온 아보카도 토스트가 정말 맛있었다.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과 빵의 감칠맛이 어우러져서 먹을 때마다 없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잘 먹고 돌아다니려는데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찾아보니 프랑스는 일요일에 가게 문을 늦게 열거나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이런. 가게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엔 하늘이 너무 아까워서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구글 지도에서 '몽마르트르 언덕'을 검색하면 몽마르트르 무덤 쪽으로 길을 안내한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목적지를 아예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설정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언덕길을 한참 걷다 보면 성당이 나온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계단에서 보면 이런 풍경. 언덕이 높아서 파리 시내가 다 보인다.
언덕 위에서 한참을 있다가 근처에 있는 '사랑해'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처럼 전 세계 언어로 '사랑해'가 쓰인 벽이다. 이 벽은 한 프랑스 예술가가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각자의 언어로 '사랑해'라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 결과물들을 모아 만든 벽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붉은 페인트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상처를 나타내는 거라고.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쓰는 언어로 쓰인 '사랑해'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걷다가 만난 꽃집의 튤립. 유럽은 한국보다 꽃집이 많고, 사람들도 기념일이 아닌 평소에도 꽃을 많이 사는 것 같았다. 예쁘고 보지 못한 꽃들이 많아서 지나갈 때마다 꽃집 앞에서 한참을 구경하곤 했다.
꽃집을 지나 좀 더 걸으면 그 유명한 물랭루주가 나온다. 들어가지는 않고 외관만 구경.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빨간 풍차와 하늘이 어울려 나름의 멋이 있었다.
다시 또 걸어서 라파예트 백화점 도착. 하루 종일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라파예트 백화점은 안의 천장과 인테리어도 화려하지만 옥상에서 보는 파리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옥상 위 벤치에 앉아지는 노을을 보며 하루를 끝냈다.
흐리다 맑음.
파리를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일요일에 거의 구경하지 못한 마레지구를 다시 가기로 했다. 우선 어제 먹은 브런치 가게에 다시 가서 다른 메뉴를 먹고 출발.
브런치를 먹고 가게 근처의 서점에 들렀다. 디자인, 예술 서적을 파는 편집 서점이었는데 구경하다 보니 한국 책도 발견. 영어, 프랑스어 서적들 틈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한국 책이라니. 이질적인데 반가웠다.
서점 다음은 편집샵 Merci. 옷, 침구류, 가구 등을 판다. 예쁜 스카프가 있어서 메고 있던 회색 체크무늬 스카프를 푸르고 잠시 다니다가 문득 목이 허전해 찾아보니 스카프가 없어졌다. 한국에서 자주 메고 여행 와서도 날씨가 쌀쌀해 매일 하고 다녔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졌다. 새 스카프 둘러보겠다고 신나서 자주 하는 스카프를 잃어버렸다. 매장 점원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래도 누가 집어간 것 같았다.
스카프 잃어버리고 씁쓸한 마음으로 마레지구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Paper Tigre'라는 가게. 주로 종이 위에 인쇄한 디자인 제품을 파는 가게였다. 가게 내부 중간에 걸린 정사각형은 돌아가는 원판인데, 원판을 12등 분해 매달의 제철과일과 채소 목록을 적었다. 그래서 계절이 지날 때마다 원판을 돌려 그 달의 제철과일과 채소를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육각형 지구본, 셔츠 모양의 방향제 등 예쁘고 특이한 제품이 많았다.
마레지구 구경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야경을 보러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로 향했다. 개선문을 기준으로 양 옆에 시원하게 뻗은 대로변 위에 세계 유명 브랜드, 유명 식당 등이 줄지어 있었다. 파리의 마지막 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며 파리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