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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송이 Dec 31. 2020

이직, 새로운 세계를 만나다

새해맞이 이직 회고

지난 6월 약 4년 간 일했던 데이터 저널리즘 분야를 떠나 데이터 기반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데이터라이즈)으로 이직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이직 후 느낀 점을 회고한다.


Hello, New World!

일터는 하나의 세계다. 월화수목금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같은 사람을 만나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일원이 돼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한 세계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세계만의 규칙, 문화, 업무 방식 등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쌓이게 된다. 그래서 이직을 하면 작든 크든 하나의 세계를 닫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면 지난 세계에서 익숙해진 규칙을 버리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데 이는 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미 n번째 이직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분야가 바뀌다 보니 세계가 아니라 우주가 바뀌는 수준이었다. 작게는 업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부터 크게는 회사의 문화까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초반 한 달은 낯선 것들이 훨씬 많았다. 게다가 스타트업의 특성상 결정도, 진행도 빠르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끝났다.


그래도 여차저차 어느덧 6개월. 그동안을 돌아봤다.



콘텐츠와 서비스의 차이

이전에는 데이터 기사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각화 콘텐츠를 제작했다.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인터랙션으로 시각화를 구성했다. 독자가 눌러보고 원하는 요소를 클릭해 정보를 볼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콘텐츠가 독자에게 하나의 방향으로 말하는 방식이었다. 필요하다면 영상으로 찍기도 하고, 웹페이지로도 제작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게 발행했다.


그리고 콘텐츠이다 보니 시각화에 애니메이션 효과, 게임 요소 같은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기도 하고, 약간은 어렵거나 낯선 형태라도 데이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형태라면 독특한 형태로 데이터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반면 서비스는 유저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저의 모든 행동을 따져보고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를 구성하는 내부 설계, 데이터 API 작업, 화면 디자인 등 여러 공정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데이터를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시각화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서비스에 가까운데, 유저가 화면을 보고 행동을 해야 하는 우리 서비스와는 또 결이 달랐다. 대시보드는 데이터를 각 데이터에 맞는 형태로 보여주지만, 데이터를 보고 유저가 무엇을 할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는 화면에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가 데이터를 보고 판단을 해서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유저가 판단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게 지난 6개월의 핵심 중 하나였다.


그리고 콘텐츠와 서비스의 또 하나의 차이는 비즈니스와의 접점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포함, 뉴스 콘텐츠는 돈을 직접적으로 벌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좋은(의 의미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매체가 확보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이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거나 최근에는 유료 구독 제도를 만들어서 매달 일정 비용의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반면 서비스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때문에 이 서비스가 시장에서 필요한지, 고객이 원하는지를 고민한다. 또한 제품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이 제품을 사용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전략에 따라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서비스를 구성하는 화면이 달라진다.


일의 특성도, 추구하는 방향도 완전히 바뀌다 보니 지난 6개월 간 생각의 주파수를 맞춰 나갔다.


더 넓은 프론트엔드의 바다로

데이터 저널리즘의 인터랙티브 시각화 콘텐츠는 화려하지만 기술적으로 뜯어봤을 때 프론트엔드 개발의 규모는 서비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대신 다양한 차트 구현 라이브러리, 스크롤 효과, svg 애니메이션 등 화면의 요소를 보여주는 효과에 집중해 제작을 한다.


서비스로 넘어오면서는 이전의 시각화 개발 규모보다 더 큰 프론트엔드 작업을 하게 됐고,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했다. '개발'로 협업은 사실 이번이 처음인데, 그동안은 시각화를 웹에 혼자 구현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구현을 하다가 막혔을 때 물어볼 사람도, 방법을 논의할 사람도 없는 게 많이 답답했었다. 물론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마감이 정해진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조금씩 나아가 있었다. 그리고 일하는 틈틈이 어떻게든 배우려고 강의도 듣고, 스터디도 했었다.


하지만 첨삭을 받아야 점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코드도 좀 더 잘 짜기 위해서는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흐름을 따라가며 피드백을 받는 건 커뮤니티에 질문을 하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업무를 진행하면서 막히면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아쉬웠던 부분을 풀고 있다. 특히 그동안은 혼자 독학을 하다 보니 실무에서 꼭 알아야 하지만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작은 틈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많이 채우고 있다.


동시에 규모가 커졌으니 그만큼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아졌다. 프론트엔드라는 드넓은 바다 위에 튜브 하나 달랑 끼고 동동 떠 있는 기분이지만 나아가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마치며

분야를 옮기면서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떨어지는 새로운 일, 더 좋은 서비스를 향해 달려가는 게 때로는 버겁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이게 맞을까?", "어떤 게 더 좋을까?"를 질문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이 과정이 내가 자라는 과정이라는 걸. 그리고 성장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 본다.


올해는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으니 내년에는 지금 내가 속한 이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나를 확장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동안 해왔던 시각화 경험도 지금의 서비스에 녹여서 나의 두 세계를 합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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