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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에게

by 아무개

교보문고에서 인생게임 27,000원 구입.

이촌동에서 차 한잔 마시고 카메라 돌려받다.

어울림 정x 엄마에게 30,000원 받다.

용산역에서 11시 4분 출발 정읍행 승차권 발권.

진국 설렁탕으로 아침 겸 점심.

정읍 도착.

3시 50분발 171번 버스로 내장산으로.

세라x 모텔. 숙박비 30,000원.

내장사로 산책.

가는 길에 연못 중간의 정자에 가보고 개울가로 내려가 얼음도 깨어 보았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멧돼지 가족 여섯 마리 정도 발견.

중간에 어울림을 업고 내려옴.

저녁 돌솥비빔밥 9,000원.

어울림 불고기 먹고 싶다고 하자 아주머니 께서 불고기를 주셨다. 고마웠다.

편의점에서 라면 2개와 물한병 구입.

숙소로 귀환. 인생게임 한판.

어울림 라면 먹고 싶다고 함. 밤 열 시 라면 끓임.

맵다고 헉헉 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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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길을 따라 내려오며 하늘과 산을 번갈아 보았다. 하늘의 어둠을 겨울산이 빨아들인 듯 겨울산은 더욱 어둡고 하늘은 그 보다 엷은 어둠으로 길을 열어 놓았다. 바람도 없고 얼음 밑의 개울물 소리도 어둠에 기가 눌린 듯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짧은 침묵이 몇 초간 흐른다. "아빠 무서워." 어울림이 말한다.

침묵을 몰아내려 빨리 걷는 소리를 내자며 발걸음을 부산하게 한다.


하늘과 산과 어둠 말고는 우리 둘만이 공유했던 그 짧은 정적이 내게는 각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부엉이 소리가 들린다.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걸음을 멈춘다. 다시 부엉이 소리가 나기를 기다린다. 적막함 속에 둘의 입김이 숨소리를 대신한다. 메아리를 울리며 다시 부엉이가 소리를 낸다. 외로운가 보다. 저 부엉이.

짝을 찾는 소리라 상상한다. 나도 소리를 냈다. 그러자 부엉이가 바로 이어서 대답을 한다. 그렇게 몇 차례를 부엉이와 소리를 주고받았다. 나는 부엉이와 알 수 없는 대화를 했다.


발걸음을 떼려는데 어울림과의 이음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새소리를 더 듣고 싶은 모양이다. 어두워지자 빨리 돌아가고 싶다더니 이제는 발걸음을 늦추고 있다.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추고. 내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야생동물이 많은가 봐." 어울림이 말했다. 목소리는 설레임과 약간의 흥분이 묻어났다. 당겨지던 이음줄이 느슨해진다.


숙소에 갈 목적만을 생각하던 나와는 달리 어울림은 매번 자신에게 노출되는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고 집중한다. 나와는 달리 특별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과정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어울림과 여행을 하며 무엇인가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그 순간 부질없음을 알았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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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울림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어떤 바람이 있는가?


모든 삶이 존중되어야 하며 어울림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나는 말한다. 나는 어떠한 길을 보여주거나 제시하려 한다. 하지만 지나친 권유나 요구가 있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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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그러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야."라는 말의 뒤에서 논리도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게 될까 봐 나는 항상 두렵다. 언젠가는 어떠한 작은 간섭과 조언도 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 점점 그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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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살라며 자유를 강요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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