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삼스럽게... 날씨는 늘 변했는데,
자연의 격정이 지나간 후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순간의 아름다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날씨의 변화에 기상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태풍의 거친 입김이 모두 사라진 뒤에나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 예측이 빗나가면 전문가의 권위가 찌그러지니까.
기상청 관계자들은 자연과학의 핵심을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지만 종교를 갖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계절이다. 아마도 최근에 가장 많은 시간을 기도로 보낸 사람들일 것이다.
예상 경로가 빗나가면 능력 없는 못 된 마녀가 되니까.
날씨가 변했다.
기후가 변화했다. 맞다. 날씨는 늘 변화한다.
지구의 기후가 인류 이래로 같았던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만 어느 정도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만한 범위에서 변화했을 뿐이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지금은 잠깐씩 그 범위 밖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니 날씨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말기 바란다.
아주 예전에는 공룡들이 몽땅 죽어버린 일도 있었다.
날씨 때문에.
변화라면 날씨보다는 사람들의 변화가 압권이지 않은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변화하고 있나.
이제 인간의 삶은 감당 하지 못 할 만큼의 변화에 밟혀 죽기 직전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이 거꾸로 서면 이렇게 정리가 된다.
날씨는 늘 변화했다는 사실이 변화 없이 일관되게 유지되었고, 그러니 날씨가 갑자기 변했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날씨는 변화하지 않았다.
반면,
인간은 지구 안에서 그 무엇보다 빠르게 스스로 질식할 만큼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그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변화의 속도는 소비의 욕구와 함께했다.
생산과 소비에 의한 욕망 충족의 일관된 행위는 거침없이 이어져 왔다.
수 천년을.
한 치의 변화 없이.
마침내 변함없는 욕망으로 성취한 극적인 변화가,
그 속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거친 자연의 변화를, 날씨를 어찌 이토록 빨리 성취할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니라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수많은 불안과 고통의 뒤에 찾아온 저 잠깐의 아름다움이.
이제 만족스럽지 않은가.
날씨는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