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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books Jun 22. 2020

오래된 고성에서의 하룻밤

서른의 시작을 축하해

D-Day 드디어 그날이 밝았다.

프랑스 고성


프랑스에서만 나이로 맞이하는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등 10 단위로 떨어지는 생일무척 중요하다. 10년간 잘 살아보자는 의미에서 크게 축하를 받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우리 부부에게 귀한 인연이자 오래된 친구의 서른 살 생일 파티를 위해 프랑스 소도시에 위치한 오래된 고성으로 떠났다.


두 달의 격리기간을 마치고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자, 파리의 친한 친구들이 1박 2일을 보내고 올 생각에 설레어 잠도 설쳤다. 한편으론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지만 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하늘뭉게구름 가득했고, 공기는 맑았다. 두 달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친구들도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를 확인하고 하나둘씩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몰라보게 부쩍 살이 탄 친구, 확 쪘다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친구, 머리스타일이 갑적스럽게 바뀐 친구들... 스무 명이 서로 메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서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즐거운 추억을 공유하고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자



금강산도 식후경.

맛있는 음식에 취하고, 멋진 경치에 취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소소한 웃음 짓는 이야기에

행복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구나...'


서른을 갓 넘겼거나, 서른 언저리 어디쯤 걸터있는 우리들. 돌이켜본 이십 대는 치열했다. 타향살이에 어쩌면 조금 더 긴장하고, 조금 더 노력하고, 알게 모르게 주눅 들었던 이십 대를 지났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긴장을 낮추는 노련함도, 노력에 힘을 빼는 법도 배운 것 같다.

그러기에 삼십 대는 더 나답게, 내 색깔대로 살아가기가 더 적합한 시기다.


물론 우리가 어젯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피아 게임'을 할 때처럼 여전히 우리는 가면을 써야 할 날도 있겠지만,

이제는 '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나다운 삼십 대'를 보내는 날이 더 많기를 바라며..



우리의 밤은 길었다. 새벽 3시를 훌쩍 넘긴 시간.

평소 같았으면 이미 잠들고도 안드로메다로 떠나고도 남을 시간이다. 소도시인만큼 동네는 고요했고 거리에는 불빛 하나 없었다. 적막이 흐르는 밤하늘에는 수많은 이름 모를 별자리와 은하수들이 수 놓여 있었다.


' 밤하늘 볼 일이 근래에 없었던가?'


하늘을 가끔 올려다봐도 파리 시내에서 별 보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런데 누워서 새벽 3시의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보니 참 좋다. '다음번 휴가는 또 이렇게 한적한 마을로 들어와 매일 밤 짝꿍과 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맘에 들었던 경험이다.


삼 심대에 들면서 취향도 변한다. 바다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산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어 지고, 도시생활을 벗어나 작은 시골마을 생활에 관심이 생기고, 소란스러움 보다는 침묵이 좋아졌다.


나를 다 알 것만 같지만 여전히 나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친구의 서른을 축하하며

우리의 삼십대라는 챕터에


웃을 일 더 가득히 채우고

험한 세상 헤쳐나갈 용기를 더하고

서로를 의지할 추억거리를 쌓아가자


그리고 마흔에

우리 지난 10년 행복하게 잘 지냈다고 말하며

그 챕터를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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