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계속 파보기
토스에 들어온 지 이제 막 1.5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제 겨우 2달째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디자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디자인이라는 직무로 일을 시작한 후 일을 하면서 이 정도로 행복한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전에도 디자인을 잘하는 게 뭘까? 잘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이너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토스를 들어오고 어느 정도 그 개념의 틀이 잡혀가는 느낌이 든다.
좋은 디자이너는, 결국 본질을 잘 파악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사람이다.
( 거의 모든 PD직군의 디자이너들이 이미 윗 문장처럼 일을 잘하시고 계실 것 같다. )
나는 여태 문제정의를 잘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잘 만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들어 내가 과연 저 안에 있는 핵심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
본질을 파악하는데, 9할의 시간을 쓰라고들 말하곤 하는데,
스타트업에 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고객을 만나니 더욱더 문제정의를 깊게 하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결국 본질을 파다 보면,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액션들이 다 의미 없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아주 오랜 시간 데이터를 보고 인터뷰를 하면서 저 ~~ 깊게 뿌리에 박힌 본질적인 문제 원인을 찾으면,
답답한 미로 안에서 막 헤매다가 갑자기 시점이 바뀌면서 미로 구조물이 한눈에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이래서 이랬구나,, 저래서 저랬구나 하면서 그제야 이해가 간다.
비로소 어떤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그걸로 파생된 문제들은 무엇인지 보이는 것이다.
요즘 액션을 하기 전, 내가 놓친 데이터는 없는지 확인하고 그 데이터에서 고객이 남기는 힌트를 발견하려고 애쓰고 있다. 조금씩 데이터를 모으면서 미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정말 고되지만 즐겁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일하면서 제대로 문제정의를 하지 못한 채로 허겁지겁 일단 일부터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는, 준비된 데이터가 없어 어떤 게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붙잡고 늘어져서 지금 이 액션을 하는 이유가 뭔지, 우리 팀이 바라봐야 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집요하게 늘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가장 빠르게 좋은 솔루션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더 크게 보고, 더 집요하게 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