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제자리를 빙빙 맴도는 것 같을 때

by 리욘
Where is here?



무언가 쉬지 않고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빙빙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요즘이 딱 그랬다. 하루는 어찌나 이리도 짧은지, 내가 원하는 곳은 저 멀리에 있는데 나는 늘 '여기'에서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답답함. 고구마 백개 먹은 듯 답답하다는 그 말이 딱 나의 이야기 같았다.


계획적 성취형인 내 기준에서는 1단계 미션을 클리어했으면 2단계 미션을 만나고 클리어하는 것이 그 수순이고, 중간중간에 몇 개의 아이템도 장착하여 결국엔 마지막 단계의 괴물까지 클리어하는 것이 이 게임의 법칙이다. 그런데 내가 계속 2단계 미션에서 실패하는 것 같은 거다. 계속해서 눈 앞에 나타나는 '처음부터 다시 도전하기'. 우와- 사람 열 받게 하네. 괜히 조급증이 생기는 거다.


그러던 와중 남편과 어김없이 일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이런 말을 꺼냈다.

"우리 지금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헤매고는 있지만 잘 생각해봐. 우린 많이 달라졌어. 한 달 전만 해도 우린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니까. 우린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거야."

그래, 그랬었지. 사실 우린 그러고 있지.


좋아하는 책 중에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보면 역경이 주는 보람에 대해 적은 부분이 있는데 그녀는 역경마저 평범함 일상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 역경 속에도 즐거움이 숨어 있고, 이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경마저 평범한 일상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 유난히 재미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또한 시간적으로 고생과 위험 부담을 즐겁게 감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인생처럼 정직한 것은 없다. 인생의 재미는 이를 위해 지불한 희생과 위험에 정확히 비례한다. 모험을 택하지 않고서는 사는 재미도 보장받을 수 없다.


예전에 남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가끔 내가 하는 것들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이런 상상을 해. 나중에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거지. 약간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가 얼마나 많은 역경을 헤쳐왔는지 아십니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 많은 역경들이 지금의 이 멋진 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이야. 미래에 다가 올 그 시간을 위해 지금은 이야깃감을 쌓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그래도 힘든 시간들이 꽤 버틸만해."


소심하고 걱정 많은 진지충인 내가 그래도 모험을 즐기는 그를 만나서 롤러코스터 같지만 재미난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 그래, 끝까지 가 봐야지. 마지막 단계의 괴물을 보기 좋게 무찌를 멋지고 멋진 우리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