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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아작가 Jun 26. 2020

조미료엄마와 함께하는 색다른 밥상

브런치x우리가한식

조미료 엄마가 함께하는 색다른 밥상     

두부의 추억

2006년 8월 27일 일요일, 제목 : 두부

아들: 두부는 몸에 좋다. 하지만 더 좋은 두부도 있다. 그건 바로 웰빙 두부다. 2배로 비싸지만 몸에는 좋다. 사람들은 1000원짜리 두부보다 2000원짜리 웰빙 두부를 많이 산다. 그렇다. 건강을 위해서다. 그래서 나도 웰빙 두부를 좋아한다.

웰빙 두부엔 김치, 고기와 막걸리 한 잔 하면 딱 이다.

담임 선생님: 하일이는 한잔하기에는 아직 어린데…ㅠㅠ    

과거 초등3 아들이 쓴 일기다. 초등생 감성치곤 추억이 꽤 걸쭉하다. 미스터 트롯 가수 영탁이 부른 노래〈막걸리 한잔♬〉과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고 녀석! 아들은 어릴 때부터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데가 있었다. 아이, 어른 세대를 아울러 음식문화 경험이 많은 탓이다. 어릴 때부터 기분에 따라 음식환경에 따라 분위기를 바꿀 줄 알았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아들에게 그때 그날의 음식들은 위안을 주었다. 아빠가 구워준 노릇노릇 삼겹살… 쫀득쫀득한 광어회…엄마가 끓여준 따끈한 감자수제비… 음식을 둘러싼 소중한 가족의 사연이 가득했다. 아들의 일기는 즐거운 약국이다.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은 완벽주의자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일정대로 진행하려고 한다. 음식의 가격에 특히 민감하다. 가격대비 초저가, 가격 파격에 눈이 반짝 반짝 별처럼 빛난다.

나는 조미료 엄마다. 아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가족의 맛과 향을 조절하는 엄마, 개그맨이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연출하기 위해 요리에 양념을 친다는 표현이 그 위에 더해졌다. 그렇게 아들의 반짝 아이디어로 나의 첫 에세이, 『조미료 엄마』가 세상에 나왔다. 음식의 대물림 습관을 주제로 한 우리 가족의 성장이야기다. 왜, 우리 가족의 밥상은 하루하루 조용할 날이 없을까? 오늘도 아들은 바란다.

“아빠, 제발 집밥은 좀 편하게 먹게 해 주세요.”    

달라도 너무 다른 음식의 추억

요리 관련 프로그램 T/V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인터뷰 내용이다.

리포터: 어떤 맛이에요?

손님: 엄마 생각나요. 옛날 우리 엄마가 해준 고향의 맛이에요. 정말 맛있어요!”

     과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고향의 손맛을 가졌고 음식의 명인이었을까?    

나: 어때요? 어머니도 고향의 손맛을 가졌나요?

남편: 아니!

남편의 답은 짧다. 남편 가족의 밥상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미꾸라지와 잊혀 지지 않는 음식의 추억 . 

이북 평안도가 고향인 어머니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고 했다. 특별한 재주란 뭘까?

남편이 5살 때, 미꾸라지와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잊혀 지지 않는 음식의 추억이었기에 어제 일처럼 또렷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날의 악몽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당시 남편은 서울 효창동 한옥에 살았다. 어느 날 아버님의 오른 손에 투명한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어머니께 말없이 쓰윽 건네셨다. 살아 꿈틀거리는 미꾸라지였다. 순간 어머니는 기겁을 하셨다. 어머니는 평소 요리에 별 관심도 없었고 타고난 음식 손맛도 없는 분이었다. 아버님이 주로 장을 보셨고 어머니는 장보기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늘 하던 요리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머니는 손질이나 조리과정이 복잡한 재료를 너무 싫어하셨다. 그 중 생물이나 손질되지 않은 생선, 징그러운 육류 등은 더욱 질색하셨다. 추어탕, 어머니께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음식이었고 그런 음식이 있는 줄도 모르셨다. 반면 아버님께 추어탕은 지친 삶의 위안을 주는 엄마의 향수음식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음식의 기억이었다. 

“아니! 대체 이 징그러운 걸 어떻게 만져요? 또 요리는 어떻게 하라고?”

“간단해요. 그냥 물 넣고 끓이면 돼요!”

늘 아버님의 요리법은 쉽고 간단했다. 실제로 부엌일을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꿈틀거리는 생물이라니! 이건 어머니께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어머니는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언젠가는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미꾸라지는 성냥불이었다. 어머니의 화약고에 불씨를 던지는 꼴이 되었다. 어머니의 화는 거침없이 활활 불타올랐다. 아버님도 이에 질세라 맞불로 목소리를 드높였다. 폭풍 같은 전쟁, 효창동대첩이었다. 

미꾸라지 50마리가 온 집안의 분위기를 온통 흙탕물로 만들어버렸다. 과연 누가 승자였을까?    

그날 저녁, 어머니는 아버님의 요리법을 그대로 시도했다. ‘그냥 물 넣고 끓인다.’에 따라 요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미꾸라지는 비닐봉지에 얌전하게 있었다. 나무마루에 연탄난로가 놓여있었다. 어머니는 난로 위에 큰 들통을 놓았고, 어느 정도 물이 끓었을 때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쏟아 부었다. 순간 나무마루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펄떡펄떡 미꾸라지가 뜨거운 냄비 밖으로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 호기심 많은 아들(남편)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철퍼덕 떨어져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잡는 일이 즐거운 놀이였다. 미끌미끌한 미꾸라지를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요리조리 도망가는 미꾸라지 모습이 너무 신났다. 아들은 문득 애완 미꾸라지로 키워볼까 생각했다. 일단 잡은 3~4마리의 미꾸라지를 국 사발에 임시로 옮겨 맹물을 담아 캄캄한 누나의 방 조그만 책상 위에 숨겨놓았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누나가 피아노학원에서 돌아왔다. 마루에서 어떤 참상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무 영문을 모른 채 누나는 자신의 캄캄한 방으로 들어갔고 끈을 잡아 당겨 천장에 있는 백열등을 켰다. 책상 위에 몰래 올려놓은 국 사발에서 튀어나온 미꾸라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누나가 아무 것도 모르고 그 미꾸라지를 밟았다. 그 순간 누나는 기겁을 하며 죽을 듯이 소리 질렀다. 거의 정신 줄이 나간 상태였다. 차후 동생은 누나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솔직히 고백했다. 누나는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난리쳤다.

들통 안에 있는 추어탕은 어떻게 됐을까? 그냥 맹물 넣고 미꾸라지는 그날 저녁부터 사골국물처럼 다음 날까지 푹 고아서 미꾸라지는 형태도 없어졌다. 국물만 마셨다. 웩! 그렇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추어탕은 완전히 역겨운 맛이었다.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가족들은 어머니 강요에 의해 억지로 먹어야 했다. 아버지는‘원래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라고 하셨다. 엄마가 만들어준 추어탕은 다시는 아들이 먹고 싶지 않은 최악의 역겨운 엄마의 맛이었다. 

그렇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손맛이 모두 맛있는 건 아니다.      

#미꾸라지와 아름다운 음식의 추억

그렇다면 미꾸라지와 관련하여 내게 어떤 아름다운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입맛이 까다로웠지만 음식에 대한 잔소리는 거의 없었다. 부엌 관련 일에 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부엌의 모든 열쇠를 엄마에게 맡겼다. 재료 선택에서부터 조리과정까지 부엌과 관련된 모든 일은 엄마가 주인이었고 즐거운 일이었다.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매일 시장을 가셨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만하셨다. 특히 국이나 탕, 찌개 요리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 아버지가 국물이 없으면 밥을 드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손맛이 좋았다. 봄나물무침은 엄마의 손맛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곳은 북쪽 끝자락 강원도 고성으로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버지, 오빠, 그리고 나는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집 근처 개울가로 나왔다. 물가에 앉아 물장구치는 물놀이도 했고 그물로 고기를 잡는 일도 했다. 개울 수풀더미를 살금살금 헤치며 미꾸라지를 한 쪽으로 몰았고 아버지는 구석에서 그물을 바짝 당겼다.

“구석으로 몰아! 몰아!”

오빠와 나는 사력을 다해 미꾸라지를 물 속 발차기로 구석으로 몰았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의 주위가 흙탕물 범벅이 되었고 그 사이 아버지는 그물을 걷어 올리셨다. 미꾸라지가 펄떡펄떡 발버둥을 쳤다. 우린 조그만 양동이 가득 미꾸라지를 잡고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싱싱한 미꾸라지를 엄마는 깨끗이 물에 씻어 손질하셨다. 추어탕은 미꾸라지 재료를 제대로 씻어야 비린내가 안 난다고 하셨다. 재료 손질이 중요했다. 커다란 솥에 푹 끊여 채에 으깨어 고추장, 된장, 갖은 야채, 재피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여 수제비를 뜯어 넣은 맛있는 추어탕수제비를 뚝딱 요리해 주셨다. 엄마는 ‘요리의 마법사’였다. 조리과정이 아무리 복잡해도 엄마의 요술 도구, 칼질 몇 번 조미료 몇 번 휘두르면 휘리릭 빠르고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었다. 게다가 요술 봉을 휘두르듯이 쉽고 빠르게 음식을 만드셨다. 아버지는 자식들과 함께 잡아온 미꾸라지로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 것을 보며 흡족해 하셨다. 오빠와 나도 뿌듯했다. 일하는 것도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의 추어탕은 정성이었다. 여름 제철 보양식으로 엄마의 최고 자랑할 만한 맛이었다. 부드럽고 강한 맛으로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잡은 미꾸라지라서 더 싱싱하게 느껴졌다. 건강한 재료로 푹 우린 육수로 부드럽고, 빨간 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등 갖은 야채를 넣은 엄마가 해준 추어탕만큼 담백하고 얼큰한 맛있는 추어탕을 다른 데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추어탕은 내게 자연의 음식이자 한마음으로 즐기는 유쾌한 음식이었다.     

극과 극의 밥상

우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극과 극인 환경 속에서 자랐다.

이제야 남편과 나의 식사 습관이 차이가 나는지 음식을 둘러싼 가족의 옛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발우공양 식습관, 음식을 버리지 못하고 먹는 것에 대해 강박 관념을 가지고 살아야 했는지, 내 식습관이 화려한 음식들보다 왜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밥상을 더 선호하고 한국인의 밥상, 웰빙 한식 밥상에 관심이 갔는지를 말이다. 저렇게 극과 극으로 서로 다른 밥상 환경에서 자란 우리 부부가 도대체 음식문화의 어떤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지 있기나 한 건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거를 비춰보면 미래 방향이 보인다’고 했던가. 우리 부부는 과거 미꾸라지, 추어탕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시작으로 더 먼 과거의 기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함께 떠났고 현재 우리 음식문화습관을 재점검하게 되었다.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 속에 갇혀 내 안의 좋은 자연인의 본모습을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를 알 필요가 있었다. 20대 아들의 불만, 맘 편하게 집에서 밥 먹자는 그 말이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시대 흐름에 변해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요즘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내 말끝마다 ‘이제 다르게 살고 싶어~’남편의 말끝마다 ‘편하게 쉬면서 살고 싶어~’라고 말하고 다녔는지 그 깊은 속,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벽에서 가려져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내 안의 본능을 이젠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꿈만 꾸지 말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더 나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집의 미래 밥상 지도를 그릴 필요가 있었다. 나 혼자만의 지도가 아니라 가족의 다함께 그 계획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아들, 친구, 언니에게 조언을 구하면 더 멋진 가족의 내일 밥상 지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우리 가족의 밥상의 의미와 식습관을 알아야 한다. 좋은 식습관과 나쁜 식습관을 파악한 후, 지금 우리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밥상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보기로 했다. 

여러분도 두 눈을 꼭 감고 내일 밥상으로 가족을 초대해 행복이 가득한 밥상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의 가족은 어떤 밥상을 원하나요? 당신에게 밥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와 남편은 KBS1《한국인의 밥상》, 정감 넘치는 한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남편은 사찰음식처럼 자연식의 밥상을 먹고 싶어 했다. 바로 한식, 웰빙 음식이다. 

“자, 이제 우리 오늘과 조금 다른 색다른 웰빙 밥상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2008년 1월23일, 제목: 하루 하루 

그제는 날씨 좋은 날

후딱 가버리네

이날은 계속 될 수 있을까?    

어제는 날씨 흐린 날

후딱 가버리네

이 날은 빨리 가면 좋겠다.    

오늘은 날씨 비오는 날

후딱 가버리네

이날은 가끔씩 좋단 말야.

내일은 어떤 날일까?     

 초등3학년 때 아들이 쓴 일기, 열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가수 전인권의 노래〈사노라면♪〉과 아들의 시는 닮았다. 불행 속에 행복이 있다.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가족과 함께라면 행복하지 않겠냐♪’ 흐린 밥상도 하루 새면 색다른 밥상이 뜬다.    

웰빙 밥상으로의 초대    

조미료 엄마가 함께하는 

웰빙 밥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목숨 같은 밥상

배고픔을 달래주는 밥. 소중한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 

밥과 국/찌개, 된장국, 콩나물국, 김치찌개, 비지찌개, 동태찌개,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양미리조림, 임연수구이, 꽁치조림, 무나물무침, 머위나물무침, 계란말이, 멸치볶음

‘매일 똑같은 밥상이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밥은 정성

(자신/남)을 위로가 되는 밥, 제대로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것. 맛있는 맨밥

추어탕, 신선로쇠고기전골, 닭곰탕, 돼지갈비콩비지, 도루묵찌개, 명태 코다리찜, 반건조 도치간장조림, 호박전, 머위나물무침, 명란젓, 동치미    

밥은 마음

하루하루가 너무 지치고 힘들 때 갑자기 생각나는 따뜻한 엄마밥, 엄마의 손맛

도치두루치기, 도루묵조림, 감자수제비, 연탄불임연수, 감자전, 미역초무침, 군고구마, 동치미,    

밥은 소통

밥은 마음을 열어주는 소통의 문이다.

산채비빔밥, 도루묵 알, 도치알, 무지개떡, 막걸리 술 빵, 군밤, 식혜    

밥은 쉼표

맘 편하게 먹는 밥, 골라먹는 맛과 재미.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    

자, 내일 색다른 밥상 어떤가요?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와 맛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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