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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아작가 Dec 06. 2023

절망의 재발견

절망할 때 이메일로 새로운 인생가을의 즐거움을 열다

즐겁게 일하며 사는 방법03


‘(…) 많은 논란 끝에 선생님의 경력이 EAP쪽에 전무하여 바로 투입이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작, EAP(근로자의 직무 만족이나 기업의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에 대하여 상담이나 지도 따위를 통하여 근로자 스스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를 시도했다. 무모한 도전?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면접 실패로 잔뜩 위축되는 기분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면접 후회가 맴돌았다. 왜 그랬을까? 다르게 말했어야 했어, 어떻게 면접관 말을 받아쳤어야 했을까, PPT 방향을 바꿀 걸. 아니야. 난 할 만큼 했어!


‘후회할 때 이메일로 새로운 인생가을의 즐거움을 열다’ 오드리88, 절망의 재발견 이야기다. 


유** 전무이사님, 안녕하세요~

어제 면접을 진행했던 ㈜휴**서치 헤드헌터 오드리, 이은아입니다.

먼저 문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게 J커리어 면접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주변상황으로 문자로만 간략하게 회신을 드렸습니다.


제가 J커리어에 이력서를 보내드리게 된 경위를 다시 한 번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전직설계컨설팅 기업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I업체을 먼저 접하게 되었고 해당 본사와 직접 전화통화를 거쳐 I전직설계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동종 기업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J커리어 기업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라이프코칭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생애설계지원컨설팅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구로 인력관리센터 취업센터에 들러 관련업체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듣게 되었고 서부 여성 발전센터에 관련 채용 공고가 났다는 사실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구로 인력관리센터 상담사분도 저의 적극적인 취업상담 노력이 인상적이었기에 특별히 연락해주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J커리어라는 회사가 괜찮은 회사고 일단 적극적으로 지원해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이에 따라 서부여성발전센터 취업상담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J커리어에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취업상담사는 제가 해당 센터의 교육생 출신이 아니고 신입도 아닌 경력자라서 대상자가 아니라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어려운 부탁인줄 알아요. 그런데 대상자가 아니어도 추천 부탁드릴 게요.”

비록 서류통과가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시도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취업상담사께서 말씀하시길,

 "J커리어 전무이사님과 직접 전화통화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 때나 전화 통화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저희가 J커리어 인사담당자와 전화 연결도 없이 이은아 선생님 이력서를 보내드리기는 저희도 솔직히 조심스럽습니다."

 혹시라도 이력서를 보내도 J커리어에 확인 전화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모든 리스크를 감수할테니 일단 추천해달라고 재차 정중하게 부탁드렸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쳐 J커리어에 제 이력서가 전달된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어려운 분, 전무이사님께서 직접 피드백을 주셨고 제가 면접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의 1차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2차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제게 그러한 기회를 주신 전무님께 이 메일을 통해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무님의 첫인상은 상당히 깐깐한 이미지였습니다. 또한 냉철하고 각(?)이 살아있는 분위기. 하지만 전무님께서 제가 전직설계 경험이 없지만 저의 지난 커리어를 통해 가능성을 읽어주신 분이라는 것에 또 다른 이면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더군다나 전무님께서 군 중령 출신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 MBTI 발생 배경도 미국에서 군대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사실과 다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부족해진 노동시장에 여성들이 진출하게 되었고, 여기에 개개인의 성격을 확인하여 적합한 직종에 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규모가 큰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신 경험이 있는 그릇이 큰 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재취업, 전직은 실제로 쉽지 않습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규직, 직종, 업종에 한정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헤드헌터인 저 또한 기업에 후보자를 추천드릴 때는 이 방식 접근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의 벽입니다. 향후 시간이 흘러 산업, 직업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 아주 서서히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엔 정규직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질 것입니다. 프로젝트성 업무, 이합집산이 가능한 업무, 직위개념도 희미해지는 시대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커리어측에서 지적하신 말씀처럼 해당 업무에 검증된 사람이 아닙니다. 기업에서는 해당 업무와 동일한 경력이 없는 리더 채용의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지적을 토대로 저는 향후 제 커리어를 생애설계 관련 일로 지속 성장시킬 것입니다. 또한 제가 PPT에서 보여드린 '찌꺼기 아들'처럼 가정의 발전이 곧 사회발전, 국가의 발전을 위해 책 출판 및 강연을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그 당시 뜬구름 잡는 소리였지만 꿈은 현실이 되었다). 행복한 직장이란 단순한 업무뿐 아니라 건강한 가족생활이 뒷받침이 되어야 완생으로 만족스런 직장생활도 유지 관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톱다운 방식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보텀업 즉 '가정의 건강함이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저의 경영철학입니다.


아무쪼록 유** 전무님께서 어제 저희 PPT 발표 후 불편한 일을 겪지 않으셨을까 염려되어 간략히 감사인사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겉으로 보기는 차가워 보이지만 문제의 본질, 이면을 잘 꿰뚫어보는 분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저는 또래에 비해 세상에 대해 좀 더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언니같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인디언 속담 중에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2주 동안 신어보지 않고 함부로 그 사람을 말하지 마라'

그만큼 사람에 대해 보이지 않는 이면의 잠재된 가능성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현재 저의 우수 인재 DB(데이터베이스), 파일명은오드리 빙산의 일각입니다^^(아마도 면접 때 나의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유** 전무이사님,

다시 한 번 좋은 기회를 주신 점, 그리고 저의 1차 목표를 달성하게 해 주신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10월 제법 바람이 차갑습니다. 건강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신의와 책임을 다하는 헤드헌터 이은아드림-


오드리의 인생화담 북큐레이션

『구멍 난 빵』 마루야마 나오, 트리앤북, 2023. 

빵집 아저씨의 실수로 그만 구멍 난 빵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신의 고민, 절망이 어쩌면 소중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애써 감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여 보라고.

모바일교보문고 이미지 사진 참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마리아 릴케, 느낌이 있는 나무, 2003 (p72)

당신의 절망은 잘만 길들이면 좋은 특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절망은 지적이고도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절망이 당신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 하거든, 왜 그토록 미운지를 그것에게 물어 보도록 하세요. 절망에게 증거를 요구하고 그것을 시험해 보십시오. 그리하면 그것은 당황하고 무력해서 결국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그만두지 말고 논증을 요구하면서 조심스럽고 재빠르게 행동하세요. 절망은 언젠가 파괴자가 아닌 당신의 가장 훌륭한 친구로 변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절망은 당신의 삶을 구축하는 데 가장 현명한 친구가 될 겁니다.


오드리88(팔팔)! 팔팔, 사전적 의미로 ‘날 듯이 활발하고 생기가 있다.’

그렇다. 절망 속에서 오드리 빙산의 일각, 좋은 특성을 찾는 것, 이것이 팔팔한 오드리, 즐겁게 일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절망의 재발견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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