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돌 프로젝트」 돌 놓는 이야기꾼 - 12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징그러워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상당히 미안한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조류를 좋아하지 않게 태어났다.
그렇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건 괜찮다. (그마저도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ㅜ)
뭐든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이다.
첫 번째 스팟을 막 지나는데 까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밑에 내려앉은 까치와 위쪽에 있는 까치가 대화를 나누는 듯도 하고, 위쪽에 있는 까치가 아래쪽에 있는 까치를 부르는 듯도 했다.
희한하게도 까치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확률이 매우 높을 나이건만, <문래돌 프로젝트>를 하면서 작은 만남도 소소한 발견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옷이 사람을 만들듯이 일도 사람을 만든다.
오늘의 발견은 바로 이것이다! → 일도 사람을 만든다.
나는 얼른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예부터 까치는 길조라 했으니 기분 좋은 소식을 마중하는 기분으로다가..
이 글을, 사진을, 영상을 함께 보는 이들도 그런 기대를 가져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다가..
<문래동에서 만난 까치 영상>
오늘의 피곤함을 싹 잊게 만드는 친구들..
사실 좀 기운 빠지는 일이 있었다.
그렇게 축 처진 발걸음으로 문래에 들어섰는데..
제자리에서 반기고 있는 돌들을 보니 기분이 금세 up! 돼버렸다.. ㅎㅎ
세 번째 스팟에서 만나던 로봇 친구의 이름이 MOON ROBOT이라는 걸, 2013년 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제야 눈여겨본 것이다.
조금 전, <문래돌 프로젝트>를 하면서 작고 소소한 것에 관심과 집중을 보인다고 했는데, 어찌 보면 내 울타리 안에서만 한정적으로 작동하는 관심과 집중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미시적 관점은 좋지만, 시야가 좁아지지는 않아야겠다.
돌을 잘 지켜볼 거라는 믿음으로 선택했던 네 번째 스팟에 가보니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있던 돌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일까, 고개를 갸웃하다가 공방 앞에 있는 화분에서 돌들과 재회했다.
화분 안에 둥글게 자리 잡은 녀석들. 그 귀여운 자태에 한참을 서서 웃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아무튼 자리를 옮긴 돌은 그렇다 치고, 나는 또다시 지정된 자리에 하나의 돌을 놓았다.
나는 나대로 나의 길을 간다.
5th spot은 여전히 눈도장만..
다섯 번째 스팟으로 정한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국수 맛은 어떤지, 주인분은 어떤 분이신지 살며시 호기심이 동한다. 트럭 옆에 붙어서 돌을 기웃거리듯이 열린 문틈으로 가게 안을 흘끔거린다.
멀리 있는 건 멀리 있는 대로 그 맛이 있다.
꼭 다가가서 들춰보아야만, 말을 걸아야만, 눈으로 확인해야만 맛은 아니다.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