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돌 프로젝트」 돌 놓는 이야기꾼 - 19
차를 타고 문래동 골목으로 향하던 길.
은은한 무지개와 마주하다.
전날 해놓은 작업들이 잘 자리하고 있어 흐뭇하다.
프리저브드 꽃이 자리를 이탈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돌들이 무너져 있는 것으로 보아 외부의 어떤 힘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도 너무 흐뭇한 것이,
저 가벼운 친구가 누군가의 발길에 휩쓸려 가거나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돌 옆에 나란히 누워 있다.
기특함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얼른 오늘의 돌 하나를 올려놓은 뒤 프리저브드 꽃의 자리를 다시 잡아 본다.
부디 이 자리에서 기분 좋은 눈 맞춤을 많이 나누기를.
사람들 발길이 잦은 재떨이 옆에서도 양모펠트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엔 빨간색과 초록색 양모펠트를 놓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색이 너무 튀는 거 같아 초록색과 흰색으로 바꾸었다.
각각의 양모는 따뜻한 바람과 찬 바람을 의미한다.
처음 생각대로라면 빨간색은 따뜻한 바람을, 초록색은 찬 바람을 맡았을 것이다.
그러나 빨간색이 빠지고 흰색이 들어오면서 재미있게도 초록색이 따뜻한 바람을, 흰색이 찬 바람을 맡게 됐다.
역할이라는 건 결코 고정값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해 주는 친구들이다.
그림책『딱 맞는 돌을 찾으면』의 한 구절을 분필로 적어 놓았다.
그리고 구석에 분필도 두고 왔는데 어제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끔은 궁금하다.
'돌을 놓기 전 사진과 돌을 놓은 후 사진의 차이를 사람들이 알아볼까?'
첫 번째 사진과 마지막 사진의 다른 점을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가만히 있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야."
하루 종일 빛을 밝힌 손전등은 어제보다 순한 맛의 빛을 내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조용히 불을 밝히는 마음을 이렇게나마 흉내 내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돌과 아래에서 마주하는 돌은 사뭇 다르다.
어둠 속에 자리한 돌과 빛을 받는 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혼자 있는 돌과 여럿이 있는 돌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눈으로 보는 돌과 손으로 만지는 돌은......
......
이제는 저 트럭이 친근하다.
다섯 번째 스팟의 배경이라 할 만하다.
트럭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려나, 문득 궁금하다.
물론 개의치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문래동 골목이 한가롭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그래서일까. 골목이 수더분하다.
갱지로 만든 돌이 시침을 떼고 저 자리에 있는 게 자연스러울 만큼 문래동 골목은 수더분하다.
그래서 난 이곳에 오늘도 돌을 놓는다.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