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시작은 재떨이였다

「문래돌 프로젝트」 돌 놓는 이야기꾼 - 00

by 율하



무덥던 8월의 어느 날,

단톡방으로 이런 지령이 떨어졌다.




미션이닷!

미리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내부기밀을 함부로 노출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나의 미션을 위한 과정이기에 과감히 직진한다.






<Report>

일시 : 2025년 08월 XX일

위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

증거사진


‘문래’의 골목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재떨이’다.

골목 곳곳에 제법 세련된 각양각색의 재떨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시작된 건진 모르겠으나, 누군가의 작은 시작에서부터 발단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나둘 다른 이들의 자연스러운 동조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아무리 봐도 강제성이 느껴지는 오브제는 아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는 마음 씀씀이와 사람들의 기꺼운 동조가 골목에 기분 좋은 인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살짝 이중적이다. 동네의 환경미화를 위해 마련한 것이겠지만, 엄밀히 말해 흡연에 일조하는 것이니 말이다. ‘차가운 배려’, ‘흔쾌하지 않은 친절’ 이런 식의 이율배반적인 단어가 맴돈다.

그리고 나름 세련된 모양새에 언뜻 ‘역시 창작촌이 자리한 동네답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재떨이가 마련된 곳은 작가들의 공방보다는 카페나 음식점 앞이 대부분이다. 무언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문래’에 관심이 간다. 어떠한 산으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으로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젊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시작은 ‘재떨이’였다.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