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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May 18. 2020

비 냄새

오후 3시가 조금 지났을까. 사무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향했다. 순간, 비 냄새가 한가득 흘러들어왔다. 군침을 돌게 하는 맛있는 음식 냄새도 아니었을뿐더러, 그저 마음까지 환해지는 좋은 향기도 아니었다. 축축하면서도 흙냄새, 아스팔트 바닥의 돌가루 냄새가 모호하게 섞인 그것.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찰나의 비 냄새는 내게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환하게 밝아야 할 낮인데도 저녁만치 어두웠던 비 오는 날의 교실, 제 자리를 벗어나 안타깝게 치이던 바닥 위 우산들과 살짝 희미해진 창문 밖 어수선한 분위기, 지하철 출구 아래로 뻗어있던 그리고 기분 좋게 살-짝 빗물에 흠뻑 젖은 돌계단, 쏟아지는 여름 비를 피해 꼭꼭 숨어있던 정류장 아래의 선선함, 시골집 마루 위로 솟구치던 빗물 냄새, 겨우 비를 피해 뛰어들어와 젖은 우산을 몇 번이고 펼쳤다 접었다 하는 소리...


그 옛날, 에픽하이의 5집에 수록되었던 <우산(feat. 윤하)>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했다(물론 지금은 더 사랑하게 된 상태지만). 들을 때마다 다른 감정과 해석이 두둥실 떠오르는 이 멋지고 감성적인 곡의 노랫말 한 줄을 적어본다. 빗물에 그려진 오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며칠 만에 나서보는 밤의 서울,
고인 빗물은 작은 거울


+ 매일 같이 듣고 싶은 노래지만 비 오는 날이면 당당하게 들을 수 있는 까닭이 추가되는 것만 같다. 오래된 느낌의 뮤직비디오 링크를 덧붙이며, 이만(에픽하이, <우산(feat. 윤하)>).

https://www.youtube.com/watch?v=NIPtyAKxl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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