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게

by 산연랑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소설을 읽던 당시 내 주위를 계속해서 감싸고 돌고 있었던 감정 하나만을 가지고 원테이크로 이끌고 연주한 곡이다. 당시 < 소년이 온다 > 라는 책과 다른 책도 같이 함께 읽었었는데 늘상 독서가 끝난 다음이면 어딘가 허하고 공허하다가도 울음을 꾹 참게 되는 기분을 가졌었다. < 소년이 온다 > 의 책이 주는 여운이 커다랗고 무거웠다.

이 책은 사실 두 번째로 다시 읽는 거였다. 유학 가기 직전 고집을 피우며 종이책을 가져가려 했고 그중에서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할까 고민했다. 그중에 한 권이 < 소년이 온다 > 였다.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설령 몸이 떨어졌다고 마음이 떨어졌을까 싶었다. 다른 문화권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해도 내가 역사를 잊을까, 하는 의문에는 절대 아니라는 답이 쉽게 떨어졌었지만 늘 내 곁에 맴돌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자꾸 가져가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서 결국 e북으로 대체하고 읽기 시작했다. 조금 아쉽다. 종이가 가진 질감을 느껴가며 내가 어디쯤 와있나 살피면서 동시에 나는 지금 책 안에 있다, 읽는 게 아닌 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게 참 좋은데 전자책은 그런 기분이 나질 않고 좀만 읽으면 눈이 아프다.

그러나 그런 것은 별개라 생각될 정도로 술술 읽어나갔다. 눈이 글을 좇았다. 모든 게 당장 내 앞에 있는 것만 같은 현실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다른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안 돼서 힘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고여있지 않게 잘 풀어야 했다.

그렇지만 처음엔 풀어야 한다 =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로 연결되진 않았다. 당시 피아노 연습 할때마다 꾸준히 연주하던 곡이 있었는데 단조로 시작해서 무거운 분위기를 이끌고 가는 곡이었고, 그 분위기에 휩쓸린 채 서둘러 코드를 만들고 즉흥연주로 마무리를 한 거였다. 결과물을 보고 난 후 제목 짓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지, 왜 만들었지, 무슨 생각을 했던 거지, 의 의문들이 끝도 없이 튀어나왔고 업로드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모든 의문들은 어쩌면 조심스러웠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 소년이 온다 > 의 글에 잠긴 채 연주를 했던 것은 사실이나, 창작했다는 말을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었으니까. 동시에 나는 연주를 하는 순간만큼 오롯이 이야기 속 그 구간과 장면, 인물에게 집중했고, 설령 누군가 이건 아니라 할지라도 그당시 연주하던 나는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망설일 필요는 없다 라는 생각이 서로 부딪혔다.

업로드를 할 당시엔 제목만 짓고 말았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쓰려고 하니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목이 < 소실점 > 인 이유는 소년이 걷고 있는 그 길의 끝을 자꾸 생각하게 돼서였다. 끝이 난 것인지, 도착했는지, 여전히 걷고 있는지, 오고 있는 것인지 등등의 물음 또한 끝이 나질 않는 아주 저 멀리 점이 박혀버린 길 위에 있는 거 같아서. 짓고 나서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여전히 그 감상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 것이니까. 빛도 삼킬만큼,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속도로 느리게 흘러가는 블랙홀 속처럼, 아주 오래오래 머물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57a4UME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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