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이 이리 예쁠 일인가. 맛있게 먹고 깨끗하게 씻어 주방 한편에 착착 모아두면 피클 장아찌 꿀 각종 소스 등등 쓰임새가 살림에 아주 요긴하다. 유리 용기는 따로 사려면 이게 또 은근히 비싸다. 돈 쓰지 말고 다 먹은 잼병부터 챙기자. 이것저것 담기도 편하고 훤해서 찾기도 쉽고 보기에도 예쁘다.
지난가을, 김장 양념이 정말 맛있게 되었다. 물론 내 솜씨 아니고 어머님의 솜씨이다. 따로 받아온 양념장을 한 통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자니 양이 좀 많다 싶었다. 몇 번 손대고 모른 척 방치했다가 다 먹지도 못하고 오만상 인상 쓰며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음식은 귀한 것이다. 아깝게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이유식 할 때 썼던 실리콘큐브가 마침 버젓이 놀고 있다. 옳지. 다진 마늘 · 양념류 등 소분, 보관에 딱이다. 칸칸마다 남김없이 잘 나눠 담고 이제 부지런히 먹기만 하면 된다. 당장 먹을 만큼은 빈 유리병에 담아 냉장실에, 천천히 두고 먹을 양은 큐브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지퍼백으로 한번 더 밀봉하고 내용물과 날짜도 함께 적는다. 가족 중 누구라도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어떤 식재료가 들어 있고 언제 넣어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가끔 '오늘은 내가! 우리 가족 요리사!'를 외치는 고마운 이를 위한 작은 배려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실리콘 소재는 수명이 좋고 반영구적이라 하니 싱크대 깊숙이 묵혀둔 것 없는지 잘 찾아보고 활용해 보면 좋겠다.
냉동실에 넣어둔 양념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대로 셔벗처럼 잘 얼었다. 오이무침, 겉절이, 무생채 등 한 알씩 쏙쏙 꺼내서 깨소금 참기름만 두르고 무치면 1분 컷 건강반찬이 뚝딱 완성된다.
빈 병 재사용으로 지구도 아끼고 생활비도 아끼자. 빠르고 편하게, 쉽게 살림도 슬슬하자. 물건의 쓸모를 찾고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자. 매일 하는 살림도 습관이 답이다.
빈 병,
재활용할까 재사용할까
혹시 마트로 가져가 환불받기 귀찮아서 재활용 분리배출할 때 슬쩍 버린 적 있는가?
빈 병은 재활용이 아니라 재사용해야 한다. 병을 녹여 다시 만드는 에너지 보다 재사용은 여러 과정 생략하고 세척만 하면 끝이니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사용한 빈 병은 곧바로 병 내부를 물로 헹구고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닫는다. 시간이 지나 말라붙으면 씻기도 힘들고 오염이 되면 재사용이 어렵다.
빈 병 하나를 깨끗이 갈무리해서 재사용하면
이산화탄소 300그램 정도가 덜 발생하는데 이것은 컴퓨터 모니터 10시간 켜 놓거나 청소기 1시간 30분 돌릴 때 발생 양과 같다고 한다. 또 소나무 묘목 한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하니 약간의 번거로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책 '착한 소비는 없다' 내용 참조)
생활 속 작은 실천 그리 어렵지 않다. 마트로 빈 병을 들고 가서 몇백 원과 맞바꾸는 일은 충분히 훌륭하고 가치 있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