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나서 처음으로 콩쿠르 대회에 나갈 기회가 왔다. 무대 위에서 실력을 뽐내며 상도 받고 싶은 마음에 한껏 들떠 있다가 막상 신청서를 받게 되자 이런저런 힘든 준비과정이 마음에 걸려 고민하기 시작한다. 결정을 못 하는 아이에게 엄마인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일이었다.
"네가 생각하는 복잡한 고민들을 노트에 편하게 한 번 써보는 건 어때?
생각을 펼쳐서 눈으로 보면 도움이 될 거야"
방으로 들어간 아이는 작은 노트에 줄을 긋고 콩쿠르 대회 관련 고민이라는 제목과 함께 선택과 포기의 경우를 하나씩 적어내려 갔다.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엄마 적어봐도 결정 못 하겠어요. 힘들 것 같고 놀 시간도 없고 내 여름방학도 다 사라지고 그런데 안 하면 다음에 더 힘들 텐데. 어느 쪽이든 후회할 것 같아서"
"결정을 못 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사실은 연습하는 시간도 엄청나게 길고 그럼 난 아예 놀지도 못하고 그건 싫단 말이야
근데 멋지게 상은 받고 싶어 히잉"
<2시간 매일, 주말 포함 연습>
신청서에 적힌 이 한 줄에 아이는 자신의 하루를 다 뺏긴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랬구나, 그럼 그 걱정되는 시간을 같이 생각해 보자.
1. 평소보다 30분 더 연습하기
2. 토요일 오전에 연습하기
주말, 방학에는 우리가 일정이 생기면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 되니까 괜찮고."
"엄마 정말 이게 끝이에요?
뭐야,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
아이는 콩쿠르 신청서에 사인을 하고 바로 선생님께 제출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체한 게 내려간 기분이라나 뭐라나.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고 시원하다며 이제 즐겁게 준비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크고 작은 일에 할까 말까를 물어보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때마다 나는 하라 하지 마라 대신 이렇게 말을 해준다.
"글쎄, 엄마도 여전히 그게 어려워. 어느 쪽을 선택했을 때 더 행복하고 즐거울까 한 번 상상해 봐. 옆에 친구 따라 할 필요도 없어. 우리는 다 다르니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거 그걸 하면 돼. 나중에 가서 좋았다 나빴다 하는 후회나 핑계는 굳이 붙이지 말자"
'어른이 된 나도 여전히 어려운 걸 넌 용감하게 뛰어드는구나 정말 멋져'
몸은 이미 다 커버렸지만 생각은 날마다 아이와 함께 크고 있다. 덕분에. 그런 일상 가운데 이렇게 해본 적 없는 일에 용기 내어 도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살면서 후회와 미련이 전혀 없는 선택이라는 건 없겠지만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최선의 선택은결국 스스로의 몫이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자신감은 변함이 없을 것이기에 당당한 나로 앞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