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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Nov 08. 2023

먹고사는 이야기 1



고기 없어도 맛있는 카레

서너 가지 재료이지만 고기 없이도 요리가 완성되었다. 남은 단호박을 끼워 넣길 잘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단맛이 우러나 1인 2접시를 싹싹 비워내면서 식구들 모두 맛있다를 연발했다. 재료가 많다고 꼭 맛있는 건 아니다. 재료가 없다고 또 맛없는 건 아니다. 간 조절이 핵심이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다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라고.




밀가루 없이 만드는 야채 전

요리를 할 때만큼은 밀가루를 가급적 피하는 편이다. 빵 과자 양식 등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만 해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기 뺀 두부는 으깨고 크래미는 잘게 찢고 양배추는 얇게 채 썬다. 전체 양에 따라 계란 넣고 되직하게 섞어주면 반죽 끝이다. 기름 두른 팬 위에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준다.  반죽을 누르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기름지지 않도록 타지 않게 굽는 일에 집중한다. 음식은 맛있게 먹을 이들을 생각하며 내 마음을 함께 버무리고 익히는 정성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맛과 건강을 담아내는데 진심을 기울인다.




매일의 작은 챙김

평소에 따로 밑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냉장고에 늘 있는 건 김치뿐. 간단한 반찬과 국은 그날그날 준비하는 편이다. 냉장고를 살펴보다가 팬 하나로 빠르게 할 수 있는 반찬들을 만들었다. 간은 세지 않게 적당히, 양념은 최소한으로 기름은 많이 안 쓰는 요리를 좋아한다. 만들기 쉽고 몸에도 좋고 설거지도 편하니까.


두부는 한 끼, 어묵은 두 끼면 끝날 테고 멸치는 비교적 오래 먹을 양이다. 주먹밥, 볶음밥으로 해 먹기에 좋은 밑반찬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 식탁에는 초록 잎 쌈 채소를 꼭 올리려고 노력한다. 나쁜 거 다 따지면 먹을 거 하나 없고 칼로리 높고 영양가 없는 음식들이 넘치는 요즘 세상에. 매일 집에서, 가장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건강식은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이다.


진수성찬은 못 차려도 갓 지은 뜨끈한 밥 한술에 매일의 작은 챙김이 함께 올려져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물오물 바쁘게 움직이는 입들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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