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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이야기 1

by 어거스트



고기 없어도 맛있는 카레

서너 가지 재료이지만 고기 없이도 요리가 완성되었다. 남은 단호박을 끼워 넣길 잘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단맛이 우러나 1인 2접시를 싹싹 비워내면서 식구들 모두 맛있다를 연발했다. 재료가 많다고 꼭 맛있는 건 아니다. 재료가 없다고 또 맛없는 건 아니다. 간 조절이 핵심이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다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라고.




밀가루 없이 만드는 야채 전

요리를 할 때만큼은 밀가루를 가급적 피하는 편이다. 빵 과자 양식 등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만 해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기 뺀 두부는 으깨고 크래미는 잘게 찢고 양배추는 얇게 채 썬다. 전체 양에 따라 계란 넣고 되직하게 섞어주면 반죽 끝이다. 기름 두른 팬 위에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준다. 반죽을 누르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기름지지 않도록 타지 않게 굽는 일에 집중한다. 음식은 맛있게 먹을 이들을 생각하며 내 마음을 함께 버무리고 익히는 정성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맛과 건강을 담아내는데 진심을 기울인다.




매일의 작은 챙김

평소에 따로 밑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냉장고에 늘 있는 건 김치뿐. 간단한 반찬과 국은 그날그날 준비하는 편이다. 냉장고를 살펴보다가 팬 하나로 빠르게 할 수 있는 반찬들을 만들었다. 간은 세지 않게 적당히, 양념은 최소한으로 기름은 많이 안 쓰는 요리를 좋아한다. 만들기 쉽고 몸에도 좋고 설거지도 편하니까.


두부는 한 끼, 어묵은 두 끼면 끝날 테고 멸치는 비교적 오래 먹을 양이다. 주먹밥, 볶음밥으로 해 먹기에 좋은 밑반찬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 식탁에는 초록 잎 쌈 채소를 꼭 올리려고 노력한다. 나쁜 거 다 따지면 먹을 거 하나 없고 칼로리 높고 영양가 없는 음식들이 넘치는 요즘 세상에. 매일 집에서, 가장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건강식은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이다.


진수성찬은 못 차려도 갓 지은 뜨끈한 밥 한술에 매일의 작은 챙김이 함께 올려져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물오물 바쁘게 움직이는 입들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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