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에 미리 재료를 챙겨두면 주방에 오래 서있지 않아서 좋다. 아이 하원하고 놀이터를 쫓아다녀도 믿는 구석이 있어 재촉할 필요가 없다. 재미있게 놀다 들어와 샤워를 시키고 블록놀이 집 한 채가 완성될 즈음에 "밥 먹자 얘들아" 뜨끈한 밥상이 금세 차려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들에 에너지를 아끼고 내가 편해지는 작은 습관이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주방의 천적 등장이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환기가 어렵다. 아쉬운 대로 주방 작은 창을 열고 환풍기를 돌린다. 비가 잠잠해져도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다면 역시 쉽지가 않다. 무더운 여름은 요리하기 참 힘든 계절이다. 향이 강하고 연기 나는 메뉴는 가급적 피하게 된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텁텁한 냄새가 온 집안을 덮는 것이 싫어서이다. 새벽녘 일어나 처음 맡는 공기가 아침답게 상쾌하길 바란다. 점심 나절, 비가 잠시 그친 틈에 서둘러 재료를 준비해 둔다. 창을 마주 열어 맞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간다. 미리 씻어둔 쌀로 때맞춰 밥만 안치면 된다. 있는 재료 꺼내서 돌돌 말아주면 저녁 준비가 끝난다. 남은 오후 시간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주방 정리가 빠르고 쉬워진다. 내 시간과 살림을 동시에 챙기는 하나의 방식이다.
누가 자투리래?
자투리.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거나 적은 조각이란 뜻이 있다.
햄 치즈 잼 넣어 롤빵을 만들고 남은 테두리는 계란 우유 버터로 노릇하게 구워 메이플 시럽 살짝 곁들여 또 하나의 메인이 되었다.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은 없다. 그 기준도 결국 누군가가 만든 기준이니 어긋나든 말든 상관없다. 자투리도 가꾸고 다듬어 요리하면 내 기준에서 충분히 훌륭한 메인이 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