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릇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부드럽게 돌아가는 물레 위 흙을 만져보고 싶었던 것 같다. 주말 일정에 맞춰 장인 선생님이 계신 작은 체험장을 찾아갔다. 입구부터 빼곡히 쌓여있는 작품들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안내로 교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주저할 틈도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의 손이 아이의 작은 손을 감싸고, 덩어리로 놓인 흙을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 흙이 손을 거치며 천천히 모양을 갖추었다.
형태를 갖추었다고 바로 그릇이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어느 정도 굳을 때까지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밑면을 깎아내고 불가마에 들어간다고. 같은 흙인데도 굽고 나면 모양도, 색도 전부 다르게 나온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정말 그렇겠구나 싶었다. 손으로 만든 도자기는 애초에 똑같을 수가 없겠다고. 마치 나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인 것만 같았다.
며칠 뒤 완성된 그릇을 집으로 가져왔다. 아이들은 그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었다. 자기가 만든 그릇이라며 유난히 자랑스러워했고, 밥도 평소보다 더 잘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식탁 위에 놓인 그릇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흙 하나가 손을 거치고, 시간을 지나고, 불을 견디고 나서 이렇게 아이 손에 쥐어지기까지. 그 과정이 우리가 사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모양을 갖출 필요도 없고, 남들과 같은 색으로 나올 필요도 없고, 다만 자기 몫의 시간을 지나 견딜 만큼 견뎌내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따끈한 음식을 담아내는 이 넓고 넉넉한 대접처럼. 내 아이들의 삶도 무엇이든 급하게 채우기보다 여유 있게, 섬세하게 자기 몫을 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