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우면 머리 위로 닭갈비 냄새가 난다. 관물대에서 흘러나오는 매콤한 기름 냄새.
함께 휴가 나갔던 선임들과 부대로 복귀하기 전 먹은 ‘남춘천 명물 닭갈비’. 같이 먹기로 한 선임 한 명은 택시기사분께 ‘춘천 명물 닭갈비’로 가달라고 말했다가 20분 지각했다. 닭갈비의 고장답게 하나의 블록에도 여러 개의 닭갈비 요리점이 있어서 까딱하면 엄한 곳으로 향하고 만다.
밥시간도 아니었고 배가 엄청 고픈 것도 아니었지만 돌아가면 당분간은 짬밥 신세라 생각하니 없던 식욕도 생겼다. 부지런히 음식을 입으로 집어넣으면서 각자의 휴가에 대한 수다를 반찬 삼았다. 한 선임은 하루에 네 끼씩 먹은 덕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빠짐없이 먹었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나는 평소에 즐겨먹었지만 이번에는 깜빡하고 먹지 못한 메뉴들이 뒤늦게 떠올랐다. 부모님과 자주 가던 중국집의 탕수육과 간짜장, 엄마가 좋아하는 떡볶이, 수요일이면 아빠랑 자주 시켜먹던 찜닭. 잘 메모해뒀다가 다음번에는 잊지 않고 먹으리라 조용히 다짐했다. 밥을 다 먹고 나왔는데 택시가 늦게 잡혀서 복귀 시간 직전에 위병소에 도착했다. 군부대가 닭갈비집처럼 여러 곳이었다면 우리도 20분 지각했을지도 모른다.
복귀 당일날 새벽부터 춘천은 눈이 엄청 내렸다. 대구는 물론이고 경상도에는 눈이 올 기미가 전혀 없었는데 강원도에 들어선 이후로 하늘이 희뿌옇게 흐려지더니 풍경은 점점 눈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춘천에 가까워질수록 산과 거리는 창백하게 질렸다. 채도를 빼앗긴 풍경이 맥없이 반길 뿐이었다. 며칠 뒤, 대구에도 눈 소식이 들려온 걸 보면 눈구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던 중이었나 보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중대원들은 조기 기상하여 제설작업을 진행했다. 물론 나는 그때 본가에서 곤히 자고 있었지만 눈이 엄청 오리란 것은 일기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동기와 선임들이 추운 날에 고생했다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과, 한편으로 나는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일담으로 제설이 4시간이나 이어졌다는 걸 듣고서는 아 정말 운이 좋았다 싶었다. 한 번의 여름과 두 번의 겨울을 겪는 군번인데 - 다시 말하자면 유격 한 번에 혹한기 두 번인 - 내가 있을 동안은 춘천에 눈이 희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곳을 거쳐간 누구나 그런 소망을 갖고 있었겠으나 얼마나 많은 이가 그것을 성취했을까. 모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