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이 기타 학원 밑에 아주 조그만 카페가 있다.
아이들 픽업을 기다리는 엄마들에게는
대기 하기 참 좋은 쉼터 같은 곳이다.
정기 휴무일과 겹쳐 못 가다가 학원을 다닌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때쯤,
나는 처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따뜻한 초코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앉을자리를 찾던 중,
곧 아이가 도착할 듯한 엄마 한 분이 내게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테이블은 고작 세 개.
사실 자리를 찾고 말고 할 것도 아니다.
그냥 옹기종기 맞대어 앉아야 할 정도로 작다.
아니 좁다.
고소한 향기에 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사장님이 직접 빵을 굽고 계셨다.
좋은재료로 정성 가득 담아 만든다는 문구가 보였다.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나는 본격적으로 이 카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탐색을 하고 싶었던 건 이 작은 카페가
운영 유지가 될까 싶었다.
말이 테이블 3개지 정말 2평도 될까 싶었으니까.
학원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엄마들이 미리 주문해 둔 빵을 먹고 가는 듯했다.
“오늘 ㅇㅇ이 엄마가 소시지빵 주문 했어~.”
“oo 는 우유를 좀 줄까?”
“어니언빵은 반반으로…”
사장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그 작은 공간은 어느새 어린이집처럼 활기찼다.
아이들뿐 아니라
그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모두 사장님의 기억 속에 있었다.
한 할머니가 손녀를 기다리며
커피를 포장해 달라 하자,
사장님은 따뜻한 커피를 텀블러에 가득 담고
남은 커피를 작은 잔에 따라 내밀었다.
“이건 기다리시면서 따뜻하게 드세요.”
일부러 넉넉히 내린 커피 같았다.
그 마음이 잔잔히 전해졌다.
한 아이가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저녁 먹어야 하니까 하나만 먹자” 하며 타일렀다.
아이는 무척이나 갈등하고 있는데
그때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나도 먹고 싶었는데, 나랑 반씩 나눠 먹을까?”
그 말에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이에게는 두 가지 맛을,
엄마에게는 걱정 없는 저녁 시간을 선물한
작은 지혜였다.
잠시 후, 한 부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사 전날이라 인사드리러 왔다며
“이제 이곳을 자주 못 와서 아쉬워요.”
하고 말했다.
사장님은 “벌써 이사 가는 날이네~ 시간이 참 빠르네요.”
하며 부랴부랴 빵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이삿날엔 당 떨어지니까, 그때 이거 드세요.”
화려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다정함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그게 진짜 ‘말솜씨’였다.
카페 안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들과 메모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햇빛이 아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사장님은 블라인드를 살짝 내리셨다.
그 손길이 참 다정했다.
처음 이 카페에 들어설 때만 해도
‘테이블 세 개로 버틸 수 있을까?’ 싶던 내 생각은
달라졌다.
작은 카페였지만,
이곳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그 마음에 이끌려 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공간은
테이블 세 개짜리 카페가 아니라
테이블 서른 개짜리 대형 카페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온기를 느꼈던 날.
달달한 초코라테를 다 마시고 일어서려는데
사장님이 물었다.
“포인트 적립해 드릴까요?”
끝까지 다정하신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