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이 인스타 릴스를 넘기다
멈춘 영상 하나.
어린이들이 전학 가는 친구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합창단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의 음색이 너무 맑아
세 번은 넘게 보았다.
이 친구들은 TV에도 출연했는데,
한 친구의 사연이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합창단 활동이 너무 좋아서
전학을 포기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오랜만에
속세의 더러움으로 가득 찬 내가
아이들의 노래에 디톡스 된 기분이었다.
합창단… 참 잘 만들었다.
이런 류의 활동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다 잘 클 것 같다는 느낌.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다.
내 고등학교 시절의 합창대회.
각 반이 무조건 참가.
지휘자, 반주자, 파트별로 나누어
50명 가까운 친구들이 한 입으로 노래를 해야 했다.
그럼 꼭 이런 말이 나왔다.
“귀찮게 이런 걸 왜 해야 해?”
“학교 끝나면 학원 가야 한다니까?”
연습할 시간이 있네 없네,
이 노래가 쉽다 저 노래가 낫다,
“어차피 우리 1등 못하니까 아무거나 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합창대회였다.
그러다 연습이 쌓이고,
어느 순간 노래가 ‘된다’ 싶으면
50명의 친구들에게 찌르르 울리는 감동이 느껴졌다.
서로의 소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쯤 연습하면
어느새 하모니가 된 우리를 발견한다.
합창대회 기간에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날라리든 아니든 —
모두가 똑같았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안고 울고 웃었다.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아, 우리에게 하모니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이 대회를 열었던 거구나.”
마흔이 넘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 큰아이 말로는
요즘엔 이런 활동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같은 반이라도
각자 신청한 수업을 듣고
개인 활동을 주로 한다고.
자퇴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연지곤지 찍고 1학년 병아리들의 꼭두각시.
잘 봐라~ 이게 언니들이다~
오와 열 맞춰가며 6학년 언니들의 메가크루 부채춤.
쌀, 콩 넣어가며 삐뚤빼뚤 바느질한 콩주머니.
세상 그 어떤 스릴러보다 짜릿한 이어달리기.
그리고 부모님, 할머니, 이모, 삼촌 온 가족 다 오는
마을 잔치 같던 운동회도
(가을밤이 그렇게나 달고 맛있었지..)
인원수가 점점 줄고,
소음 문제로 체육관에서 학년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둥근 지구에 살면서,
너무 똑 떨어지는 네모처럼 살고 있는 우리.
다시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변화될 수는 없을까?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서로가 함께하는 것에 기쁨을 알고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가 연습되어 경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