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은 부재중

by 이음하나

나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어느 날 버스 앞 유리창에 큼지막하게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현금 없는 버스.’

이제 정말,
우리 눈앞에서 ‘돈’의 실물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진 세상이 된 것 같다.


최근 나는 일부러 현금 사용을 늘리고 있다.
그랬더니 내 소비 패턴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장 먼저 줄어든 건
별생각 없이 하던 온라인 쇼핑이었다.

즐겨 쓰던 ‘빠른 배송’ 앱을 탈퇴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집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것만 사기 시작했다.

불편한 점도 있다.
오프라인이 오히려 더 비쌀 때도 있다.
그래서 완전히 온라인 소비를 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소비 패턴은 달라졌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너무 ‘보이지 않는 것’만 쫓으며 사는 건 아닐까?

화면 속 숫자를,
우린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어떤 사람이
통장 잔고가 수억이라며 자랑하는 게시물을 봤다.
처음엔 ‘와, 부자구나’ 싶었는데
댓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조작이에요.”

통장 숫자도 조작이 가능한 세상이라니,
참 씁쓸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돈’에 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릴 적엔 달랐다.

엄마가 1,000원을 쥐여주면
과자도 사고, 음료수도 사고,
껌까지 사도 몇백 원이 남았다.

주머니 속 동전이 부딪히며
쨍그랑~ 울리던 그 소리엔
불편함 대신,
낭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