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다. 왜 오늘도..라고 하느냐면 지난주에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내가 좀 그런 식이다. 무기력을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상태.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며 짧은 복도에 정리해 둔 재활용 쓰레기, 상자나 종이 같은 것들을 더 큰 상자 안에 차곡차곡 담아 둔 것들. 거기에 비닐을 모아둔 그보다 좀 더 큰 비닐봉지, 그리고 큰 봉투에 가득 차있는 캔류와 투명 PET가 잔뜩 담긴 재활용 정리함까지... 복도를 막을 만큼 많아져 버린 재활용품들.
예쁜 재활용 정리함을 벌써 여러 개 들였지만, 간편식과 편의점 도시락을 종종 먹는 패턴 때문에 재활용함은 늘 가득하다. 어쩌다 버리는 날을 하루 놓치는 날은 더욱 그러하고. 그에게 시키는 것조차 귀찮은 날.
이렇게나 가득한 쓰레기를 내가 만들어냈다니. 어쩐지 내 속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과 쓰레기가 생기는 것에 상관관계가 있는걸까?
차라리 같이사는 누구처럼 나도 안보인다고 하면 좋을텐데 사실 나는 모두 보인다. 집안에 들어서면서부터 직장인모드는 접어두고, 각종 해야할 가사일이 다 보인다. 봤지만 못 본 체하고 사는거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날도 있는 거야라고 나를 다독이고 자꾸만 일감으로 슬며시 돌아가는 고개를 꾸역꾸역 되돌린다. 나도 쉬어야해. 속으로 되뇌이면서.
애써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자려고 누운 밤의 열린 창문 사이로 주택가를 누비는 쓰레기 수거차량의 소음이 소란하다. 아.. 아까라도 늦게라도 버리고 올 걸 그랬나. 부지런히 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함을 비웠을 평소의 나를 상상하며 약간의 후회가 밀려오고 말았지만 이내 곧 괜찮아진다.
내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잠이 쏟아져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