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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ug 13. 2021

예민함과 섬세함 사이, 그 어디쯤




테이블 위의 적당히 어두운 램프가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슬쩍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동네에서 육아를 통해 알게 된 이웃들이었고, 맥주캔을 앞에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그중 유일한 남자 참여자이자, 그 집의 남편이 툭 던진 말이었다.


"A 씨, 예민하시잖아요."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A는 화들짝 놀라며 "제가요?"라고 반문했다. 평소 누구보다 남들에게 맞춰주던 사람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B가 거들며 말했다. 평소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길 잘하는 화통한 그녀였다.  "맞아. 자기 좀 예민하잖아~"

A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내가 어디가 예민하다는 거야.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챙겨주는데.. 까칠한 건 저 언닌데..'라고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볼이 부풀어 오르는 표정이 되었다.

말이 잘못 전해진 것 같자 그가 살을 붙여 다시 말했다.


"아니요. 가만 보면 A 씨는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을 잘 챙기잖아요. 저 사람이 무얼 싫어하는지 아니면 좋아하는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인지 나쁜 상태인지 그런 사소한 것을 살펴서 행동하시잖아요. 그런 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못하는 일들이거든요."




ⓒunsplash.com






나는  얘기를 듣고 내가 예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게 아니라 내가 꽤나 남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때로 예민함은 피곤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예민하다는 말에 예민해졌다. 그렇지만 예민한 건 까칠함과는 다르다.

예민함은 밖에서 안으로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걸 말한다면, 까칠함은 외부로 향하는 까슬까슬한 감정 같은 걸로 그 날카로움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둘은 완전하게 다르다.

예민함이 섬세함과 만나면 감각 좋고 재주 좋은 센스를 갖춘 사람이 될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서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예민해지고 싶다.


아니, 예민해지기로 했다.




예민하다 (銳敏하다)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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