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과 섬세함 사이, 그 어디쯤

by 도토리




테이블 위의 적당히 어두운 램프가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슬쩍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동네에서 육아를 통해 알게 된 이웃들이었고, 맥주캔을 앞에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그중 유일한 남자 참여자이자, 그 집의 남편이 툭 던진 말이었다.


"A 씨, 예민하시잖아요."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A는 화들짝 놀라며 "제가요?"라고 반문했다. 평소 누구보다 남들에게 맞춰주던 사람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B가 거들며 말했다. 평소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길 잘하는 화통한 그녀였다. "맞아. 자기 좀 예민하잖아~"

A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내가 어디가 예민하다는 거야.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챙겨주는데.. 까칠한 건 저 언닌데..'라고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볼이 부풀어 오르는 표정이 되었다.

말이 잘못 전해진 것 같자 그가 살을 붙여 다시 말했다.


"아니요. 가만 보면 A 씨는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을 잘 챙기잖아요. 저 사람이 무얼 싫어하는지 아니면 좋아하는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인지 나쁜 상태인지 그런 사소한 것을 살펴서 행동하시잖아요. 그런 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못하는 일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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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얘기를 듣고 내가 예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게 아니라 내가 꽤나 남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때로 예민함은 피곤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예민하다는 말에 예민해졌다. 그렇지만 예민한 건 까칠함과는 다르다.

예민함은 밖에서 안으로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걸 말한다면, 까칠함은 외부로 향하는 까슬까슬한 감정 같은 걸로 그 날카로움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둘은 완전하게 다르다.

예민함이 섬세함과 만나면 감각 좋고 재주 좋은 센스를 갖춘 사람이 될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서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예민해지고 싶다.


아니, 예민해지기로 했다.




예민하다 (銳敏하다)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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