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멸하는 별이 몇 개인 줄 알아?

by 도토리




남들보다 내가 더 나아야 하는 이유는 또 뭐고?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던 순간에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서울 안에서.. 대한민국 안에서.. 아시아에서.. 지구 안에서... 가장 멀건 우주 안에서의 '나'에 대해서 말이다.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이 대충 생각해봐도 나는 한낱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미물일 뿐이다. 그저 한없이 하찮고 하찮은 존재... 그렇게 생각을 하면 당연하게도 문제들이 곧잘 작게 느껴진다. 작아진 골칫거리들과 함께 나라는 존재도 먼지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정도로 작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나만의 멘탈 관리법이랄까?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이 왔을 때마다 이 방법으로 극복을 하곤 했었다. 이게 뭐 대단한 문제라고. 문제는 풀면 되지!



그런데 최근의 나는 아무래도 초심을 잃어 먼지 이론을 멀리 했던 것 같다. 내가 그 '뭐'가 좀 되고 싶었던 건지 스스로 괜한 기대를 걸었던 것에 대한 벌이랄까? 내가 생각해내고 만들어낸 것이 한눈에 눈앞에 짠 하고 새로운 세상을 펼쳐줄 것처럼 생각했던 건지.. 몸은 많이 힘들었고 마음은 괴로웠는데, 그에 비해 얻는 결과가 너무 별 것 없이 느껴져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스스로에게 걸었던 기대 때문에 맞닥뜨린 현실이라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뿐이지 조금 돌아보면 대단한 문제도 아닌 거였다.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니란 거지. 괴롭고 힘들지언정 다 답이 있는 문제인 거고.


어느 날은 대단하지도 않은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부담스럽고 괴로웠던 때의 나를 생각해보니 세상을 더 넓게 보며 다른 존재에 대해서 넓고 방대한 고민을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함께 들어 어쩐지 부끄러워졌고 한편으론 마음에 제법 위안이 되었다. 그래 별 거 아니야. 나도 별거 아니고. 이 일들도 별거 아니야. 뭐 대단한 일이라고. 우주에서 하루에 소멸하는 별이 몇 갠데.. 나 따위가.




"제 인생에 산뜻한 승리란 없었습니다. 최후까지 진흙탕에서 굴러가며 발버둥 치면서 전력을 다한 뒤에야 겨우 성취한 것이 대부분이었지요....(중략)...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풀릴 것 같지 않다' '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역으로 무엇인가 극복해내려고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노력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으로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후지필름 고모리 회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후지필름이 사라져 가는 필름 시장을 딛고 디지털 시장에서 다시 빛을 발한 뒤에 한 인터뷰다. 노력을 하라는 말 같기도 하지만 내가 와닿은 문구는 '산뜻한 승리란 없고, 발버둥 치며 겨우 성취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처럼 일견 쉬워 보이는 어떤 이의 성공담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여러 번의 실패가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화단에 심어둔 수박의 상태를 확인한다. 며칠 전의 내 손가락 한마디 크기였던 수박은 며칠 새 주먹만 해졌다. 척박한 화단에서 열매를 품고 있는 수박조차도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박 너는... 내가 한여름의 너를 한껏 기대해줄게. :P)



정말 나는 도저히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하는 것은 같지만 힘들고 괴로워 이 괴로움의 언덕 꼭대기를 넘기가 많이 힘이 드는 시점에 나는 결국, 전 우주적인 차원에서 모두가 사는 것은 힘이 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매일 소멸하는 별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야라고.


그리고 나는 비록 진흙탕에서 구르겠지만, 괜찮아. 다 그렇게 살아.

그저 이 존재의 치열함이 어느 순간 명을 다해 소멸하는 별처럼 삶을 다해 반짝이는 순간이 있기를 바랄 뿐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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