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한하게 진자운동을 하는 추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줄에 묶인 삶은 아슬아슬할지언정 영 밖으로 나갈 순 없어.
때로 자발적인 방황을 선택하고 흔들림을 흥얼거림으로 물들이겠지만
볼 수 있는 건 점점 번져가는 뒷모습뿐이야.
여름의 열기에 닿는 순간 모든게 사라질 것 같아서 이를 악문 채
넘쳐흐르는 열기의 뜨거운 냄새를 들이마셨어.
어떤 날은 멍하니 앉아 오래된 노래를 들으며
번호가 달린 상자에 여름을 밀어넣어 뚜껑을 꼭 닫았어.
나는 아득하게 먼 무성한 녹음이 가득한 정원을 상상하고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벼려진 칼날같던 겨울을 추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