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가 큰 산을 만나면 앞으로 걷던 방향을 틀어 옆으로 향했다.
앞으로는 더 이상 한 걸음도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산을 보면서 가로막힌 벽이라고 생각했다. 정상에 오른다거나 넘어서길 주저했다.
산처럼 거대한 벽을 만나면 답답함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산 뒤로 어쩌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을 거라는 상상조차 그땐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안온하게 유지되는 채 적당함이라는 위장술로 감싸여 있는 곳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은 채 괜찮다고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는
보이지 않는 진짜 벽이 내 안에서 조용히 쌓이고 또 자라고 있는 걸 모르고 그렇게 살았다.
조금 더 자란 나는 이제 산은 오르거나 넘으라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어떤 날은 산속의 숲을 볼 줄도 알게 되었다.
거기에 그 뒤에 그 너머에
내가 기대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도 이제는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