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브랜드가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배우다

브랜드도 말투를 가진 존재다

2부. 이름보다 중요한 건 ‘나를 담는 것’

11절. 브랜드가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배우다

"브랜드도 말투를 가진 존재다"




말투는 곧 관계의 시작

나는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모르던 시기가 있었다. 품질과 디자인, 가격에 집중하느라 정작 브랜드의 말투와 목소리에 신경쓰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깨달았다. 브랜드는 물건을 파는 존재가 아니라 소비자와 대화하는 존재라는 걸 배웠다. 소비자와의 대화는 목소리와 말투가 있었다.


내가 처음 이 사실을 자각한 건 중국 매장 라운딩할 때였다. 중국 우한의 한 매장에서 직원이 건넨 첫 인사 한 마디가 다르게 다가왔던 경험이다. 단어는 평범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따뜻했다. 매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리 느껴졌고, 우한 지역에서의 브랜드 입지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반대로 심천 지역 매장에서는 무뚝한 말투와 기계적인 응대에 실망했다. 심지어 고객들의 재미거리로 기획했던 악세사리류들 반지, 목걸이, 귀걸이들이 서로 모두 투명실로 묶여져 있는 모습을 보고 현실에 무너졌다. 분실을 우려한 매장 메니저의 결정이라고 했다. 반지 하나를 끼워볼 수 없었다.



나는 그제야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나는 지금 어떤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질문이었다.







책에서 배운 통찰과 글로벌 브랜드의 목소리

브랜드의 목소리에 대해 처음 깊이 공부하게 된 건 브랜딩 관련 책들 덕분이었다. 책들은 하나같이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와 대화하고 호흡하는 인격체라고 했다.

홍성태 교수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소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목소리를 가진다. 목소리가 따뜻한지, 차가운지, 권위적인지, 유머러스한지에 따라 소비자는 브랜드와의 관계를 다르게 인식하게된다.

마틴 뉴마이어는 『The Brand Gap』에서 브랜드를 "일관된 경험의 집합"이라 정의하면서, 언어와 말쿠를 그 경험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와 톤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어떤 목소리로 다가오는지에 따라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다.

나는 이 이론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브랜드들의 사례를 떠올렸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애플(Apple)

애플의 목소리를 간결하고 자심감있다. "Think Different", "Shot on iPhone" 같은 문장은 설명이 길지 않다. 어조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혁신의 기운이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애플은 소비자를 가르치치 않고, 대신 얼마나 혁신적인지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톤을 유지한다.



나이키(Nike)

나이키는 소비자에게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Just Do It"이라는 응원과 격력의 목소리를 낸다. 말투는 때로는 거칠지만, 동기부여한다.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슬로건을 보며 스스로를 움직이고 싶어진다. '나도 한 번쯤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달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키의 브랜드 목소리는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인생의 도전 파트너라는 정체성을 만든다.



스타벅스(Starbucks)

스타벅스의 목소리를 따뜻하고 사교적이다. 커피 한 잔을 판매하면서도 "당신의 하루를 풀요롭게 만든다"는 친근한 어조를 사용한다. 매장 직원들이 이름을 불러주며 임료를 건네는 작은 디테일까지, 전세계 어느 스타벅스 매장에 가든 브랜드의 목소리와 일관성을 유지한다.


에어비앤비(Airbnb)

"Belong Anywhere"라는 슬로건은 따뜻하면서도 포용적인 목소리를 가진다. 숙박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믿음직한 브랜드 톤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코카콜라(Coca-Cola)
코카콜라의 메시지는 늘 즐거움과 유쾌함을 담고 있다. “Open Happiness.”, “Taste the Feeling.” 같은 슬로건은 가볍지만 긍정적인 톤을 유지하며, 소비자가 음료를 마시는 순간과 정서를 연결한다.


이 브랜드들의 사례는 한 가지를 보여준다. 제품은 따라할 수 있어도 목소리는 흉내 내기 어렵다. 애플의 간결함, 나이키의 도전, 스타벅스의 따뜻함, 에어비앤비의 포용, 코카콜라의 즐거움. 각각의 목소리는 수십 년간 쌓아온 관계와 일관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이 사례들을 보며 내 브랜드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됐다. 과연 나는 소비자에게 어떤 말투로 다가가고 있는가? 혹은 아무 목소리도 없는 채로 무표정하게 다가간 건 아닌가? 그 질문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국내 브랜드의 목소리와 나의 경험

해외 브랜드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다면, 국내 브랜드들 역시 자신만의 어조를 찾아 소비자와 관계를 맺어왔다. 나는 이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고 때로는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배달의 민족

배민은 배달 앱 의미 뿐만 아니라 광고와 프로모션을 통해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은 치느님과 함께",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이런 짧은 문구는 카피로써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톤과 매너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는 배민이 자신과 같은 언어를 쓰는 재밌는 친구 같은 브랜드로 느꼈다.


무신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목소리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브랜드답게, 광고 문구도 전문적인 패션 용어보다 일상적이고 담백하다. "무신사 스탠다드, 그냥 기본에 충실합니다." 이 문장은 화려한 수사를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솔직함은 소비자에게 믿음직스러운 신뢰를 쌓게했다.


토스

토스의 브랜드 목소리는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금융이 이렇게 쉬울 수 있을까?"라는 말쿠는 금융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 언어로 가볍게 풀어낸다. 이런 목소리 덕분에 토스는 무겁고 딱딱한 금융 산업의 톤을 깨뜨렸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삼성전자의 '함께가요 미래로'

삼성전자의 목소리는 권위적이지 않고, 포용적이다. "우리는 미래를 함께 만든다"는 어조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자신감과 동시에, 소비자와 파트너로서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문장을 접할 때마다 '삼성이 나오 함께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현장에서 배운 목소리의 힘

내가 경험한 교훈은, 브랜드의 목소리가 곧 고객의 경험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의 경험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브랜드 설명보다 브랜드가 자신들에게 어떤 톤으로 말하는지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카다로그에 직역된 딱딱한 문구를 넣었다가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쿤둥했던 적이 있다. 이후 현지 직원들과 함께 상의하여 중국 소비자의 언오로 톤을 바꿨다. 따뜻하고 세련된 톤으로 바꾸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 메시지였지만 말투가 달라지나 소비작 마음을 열었다.

온라인 마케팅이 지금처럼 활성황되지 않았던 2015년도 일이다. 위챗 SNS에 제품 사진만 올릴 때는 반응이 미미했지만, "오늘은 이런 스타일로 입고 나볼까요?" 같은 친근한 영상과 문장으로 덧붙이자 좋아요와 댓글이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이미지보다 브랜드가 직접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톤에서 친근함을 느꼈다.










목소리는 브랜드의 영혼이다

나는 이제 브랜드를 단순히 상품과 로고, 가격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맺는 관계는 결국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말투가 따뜻하면 소비자는 마음을 열고, 말투가 차갑거나 딱딱하면 쉽게 등을 돌린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듯,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말투와 어조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보여준 사례는 분명했다. 애플은 간결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혁신을 전했고, 나이키는 도전과 격려의 말투로 사람들을 움직였다. 스타벅스는 따뜻하고 사교적인 목소리로 일상의 휴식을 제안했고, 에어비앤비는 포용적인 어조로 낯선 곳에서도 소속감을 주었다.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다양했지만, 목소리라는 일관된 요소가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국내 브랜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달의민족은 유머러스한 말투로 소비자와 친구처럼 대화했고, 무신사는 담백한 톤으로 솔직함을 전했다. 토스는 직관적인 언어로 금융의 벽을 허물었고, 삼성전자는 포용적인 어조로 미래를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각각의 브랜드는 제품을 넘어, 자신만의 목소리로 정체성을 구축했다.


내가 현장에서 배운 것도 같다. 같은 옷을 판매해도 매장 벽면에 붙은 한 줄 문장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의 성격이 바뀌었다. 온라인에서도 제품 사진만 올릴 때보다, 브랜드가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문장을 덧붙였을 때 반응이 훨씬 뜨거웠다. 목소리가 곧 경험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브랜딩을 학습하는 지금의 나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브랜드의 목소리는 영혼이다.” 목소리가 없다면 브랜드는 무표정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어조와 말투를 가진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살아 움직인다.


이제 나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상할 때, 늘 이렇게 자문한다. “이 브랜드는 어떤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 것인가?”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결국 목소리를 발견하는 순간 브랜드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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