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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친환경 테이프를 쓰고 있었다?
커머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자신들의 BI가 새겨진 박스 테이프를 제작하는 건 이제는 보편적인 일이죠. 태리타운 역시 작년에 가오픈을 하면서 택배 발송 때 쓸 박스 테이프를 만들었습니다, 종이 재질로. 환경에 대한 저희의 고민을 이렇게나마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평소 열심히 텀블러 들고 다니는 인간이 아니기에 죄책감에 더더욱!)
그런데 저희가 만들었던 종이 테이프가 분리배출이 되지 않는 일반쓰레기였단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걸 만든 담당자는 이미 떠났기에 히스토리를 알 수가 없고 결국 의사결정을 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저의 불찰로 남고 말았습니다. 꼼꼼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알아보니 종이 테이프라도 코팅이 되어 있는 건 따로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고 하네요. 저희는 예쁘게 만드려고 텍스트에 색깔도 넣고 광택도 짜란~... 허울만 좋지 그냥 일쓰를 만들고 있었던 거더군요.
알고나서부터는 불편해서 잠이 안 오고 가짜 브랜드를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괴롭더라고요. 근데 또 현실적으로 아직 재고도 많이 남았는데... 하는 생각도 하는 자신이 싫기도 하고.
며칠을 끙끙거리다 가난한 회사 주제에 일을 저질렀습니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택배 박스에 기존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분리배출이 되는 진짜 친환경 테이프를 제작하기로요.
결국 컬러도 빼고 코팅도 하지 않은 그냥 밋밋한 테이프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분리배출도 가능한 제품으로요. 네, 안 그래도 가난한 살림을 또 이렇게 축내고 말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기존 테이프 대신 진짜 친환경 테이프로 포장해서 발송했습니다. 기존 테이프는 전량 수거해서 따로 쓸 예정입니다. 어떻게 쓸지는 또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암튼설라무네 덕분에 체끼가 확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요. (통장도 함께 가벼워졌지만요.) 그러니 태리타운에서 주문을 하시는 고객분들은 이제 테이프 힘겹게 뜯어내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분리수거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가돈이없지신념이없냐
우리가돈이없지취향이없냐
우리가돈이없지안목이없냐
우리가돈이없지암없지없어없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