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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r 16. 2023

말뿐인 ‘친환경’으로 끝나지 않는 패키지

Tarrytown_brand message

말뿐인 ‘친환경’으로 끝나지 않는 패키지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하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택배용 박스 포장입니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한으로 하되 제품을 안전하게, 고객을 유쾌하게 만들어야 하다보니 밸런스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처음 기획 당시만 해도 태리타운답게 맥시멀의 끝이었죠. 안전을 위해 뽁뽁이를 깔고, 오염을 막기 위해 비닐로 싸고, 이제 거기에 룩북 뿐만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가 담긴 리플렛도 넣고, 스티커 팩도 넣고, 태그 라벨도 넣고...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건 브랜드를 운영하는 우리 만족이지, 진짜 고객 만족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스를 열었을 때 ‘어? 신경 많이 썼네?’는 잠깐이지만 결국 몇 분 뒤에는 전부 휴지통으로 간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아니까요.

고민만 하는 건 의미없다 싶어 런칭 전까지 테스트를 통해 고객 반응을 보기로 했습니다. 폴리백에 넣은 볼캡만 박스에 담기로. 패브릭 제품이다보니 오염을 막아야 했기에 폴리백만 남기고 모든 걸 없앴죠.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앞에 있어야 했기에. 또한 제품에는 자신이 있으니 직접 사용하면서 브랜드의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패기도 담았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택배를 진행했고 2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 박스 오픈 시 볼품이 없다는 것. 환경도 중요하지만 쇼핑은 결국 무드인데 너무 휑했던 거죠. 제품이 저렴하지 않기에 이 부분이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역시나 고객 피드백도 마찬가지였죠. 두 번째, 이건 스스로 가장 불편했던 폴리백. 오염을 방지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닐은 생분해가 안되잖아요. 생분해되는 포장은 아무래도 푸석거리는 느낌이라 비주얼적으로 아쉽고, 뜯어서 바로 버리는 건데 비용이 너무 올라가서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순간에 늘 가성비 떨어지는 선택을 한 태리타운답게 결국 폴리백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분해 폴리백을 알아봤지만 아무리 봐도 포장 후에 볼품 없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가성비 나쁜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파우치를 제작해서 볼캡을 포장하기로요.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도 해야겠지만 박스 오픈 경험도 즐겁게 하면서 태리타운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잘 담겼으면 좋겠단 생각에. 결국 볼캡의 생산 원가가 대폭(...) 상승하게되는 거죠. 그렇다고 볼캡 가격을 올릴 건 아니다보니 ‘사장’으로서는 멍청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디렉터’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달랬죠. (월급날이 또 다가오네...?)  

그렇게 고민 끝에 완성된 패키지에는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꾸욱 눌렀습니다. 일반쓰레기를 없앴습니다. 대신 제품의 오염과 파손을 막기 위해 종이 완충재, 패브릭 파우치, 그리고 이를 담은 박스는 분리배출이 가능한 코팅이 되지 않은 박스 테이프로 완성!

파우치의 크기도 제주 여행할 때 쓰기 좋게 잡았습니다. 속옷이나 화장품, 케이블 등을 담을 수 있게 넉넉하게요. 아,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네요. 제주에 있는 카페 태리타운의 공간 향도 담았습니다. 저희 물류팀장님이 매번 정성스레 패브릭 퍼퓸을 뿌려주시고 계십니다. 박스 오픈 시 카페 태리타운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이상 뭐가 없지만 뭐를 많이 담은 태리타운의 패키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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