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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ul 10. 2024

평균이 만든 착각 속 가스라이팅

태리타운 모자 사이즈에 담긴 철학

평균이 만든 착각에 속아 가스라이팅을 당한 당신을 위로하는 볼캡 브랜드 태리타운, 우리의 볼캡 제작 철학은 사회과학적(?) 고찰에서 시작합니다. 대표 자체가 학술지(광고학연구 제25권 제1호)에 저널을 발표한 사람이란 것부터가 뭔가 신뢰가 확 생기지 않는가?!


벌써부터 히죽거리는 사람이 보이지만 자,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들어갑니다!


늘 말하지만 태리타운은 '대두볼캡'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럴 이유가 없기도 하고요. 다만 아주 합리적인 근거로 모자의 사이즈를 결정합다. 그래서 리뷰에 인생모자란 말들이 방언처럼 터져나오죠, 대두볼캡이 아닌데도. 태리타운은 평균이라는 착각이 만든 오류에 당해온 이들을 위로하고자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 위로가 대두볼캡이라는 방식은 절대 아님을 밝힙니다.)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머리 둘레는 58.4cm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모자의 대부분은 58cm가 표준입니다. 이를 표준으로 감히 말하는 것은 메이커가 따로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일단 ‘오팔’로 만들게요.”라고 할 만큼 58cm는 표준 사이즈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


평균이 거의 58cm이니 모자를 오팔로 만드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나 얼핏일 뿐. 사회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 평균 수치를 보고 모자를 오팔로 만들면 안되겠단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대체 무슨 말일까? 통계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아니 굳이 회귀방정식까지 안 가더라도 도수분포표, 표준편차 조차 몰라도 그냥 평균이라는 말이 가진 대충의 의미만 봐도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평균이 뭔가요? 모수의 총합을 모수로 나눈 것, 뭐 이런 개념 말고 그냥 평균 머리 둘레가 58.4cm라는 건 58.4cm인 사람이 가장 많다는 말일까요? (물론 이 평균값의 흩어진 정도(도수분포)가 어떤지를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머리 둘레는 머리 작은 놈과 큰 놈을 쪼개서 나눌 수 있는 성질이 아니란 걸 생각하면 평균이 58이란 것은 58보다 큰 놈도 반 정도 된다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게 머리 크기는 다양하지만 극단적인 사례가 많이 존재할 수 없기에. 더 쉽게 설명해 볼까요? 10명이 있는데 9명의 둘레가 55cm인데 평균이 58cm이 되려면 한 명이 85cm가 되어야 합니다. 말이 안되죠? 대부분 크다고 해도 65cm 언저리다. 실제 통계 자료를 보니 대략 51~65cm 사이에 분포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보면 인간의 머리 둘레라는 게 평균값을 기준으로 가까이 모여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수치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 비슷하잖아요? 꼭 한 반에 한 둘씩 큰 애들이 있다보니 대두, 큰바위얼굴, 소대가리 등등 잔인한 말들로 난도질을 해왔죠. 근데 그 친구들이 반 이상이었던가요? 아니잖아요?!


결국 머리 둘레는 학교 다닐 때 배운 종모양(정규분포)으로 흩어져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를 경험적으로 알죠. 그렇다는 건 위에서 언급했던 평균보다 큰 사람이 반이란 말! 이제 좀 감이 잡히나요? 태리타운이 모자 디자인할 때 사이즈를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말이죠.


그렇습니다, 평균이 58.4cm인데 58cm로 만들면 아무리 뒤에 스냅이든, 버클이든, 스트링이 있든 늘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인구의 반 정도는 쓸 수 없는 모자란 얘기가 됩니다. 절반이 쓸 수 없는 모자를 만들곤 모자가 안 들어가거나, 들어는 가지만 뒤가 벌어진 사람들을 향해 인류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대두라고 비난해온 것입니다. 하우 크루얼!!


제가 늘 얘기하지만 저를 포함한 우리의 머리가 큰 게 아니라 모자가 작았던 것인데, 절반이나 되는 이들이 머리가 크다는 오명을 안고 살아왔던 것이죠. 모자가 안 맞다고 머리가 크다? 이것이야말로 편견인 것이죠. 이 편견을 깨기 위해 한국인의 두상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 된 모자가 필요한 것이죠. 어쩌면 이는 머리가 작은 일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것 아닐까요? 그들도 몰랐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잔인한 편견이었고, 많은 이들이 편견 속에 고통 받았었는지.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우리를 위로해야 합니다. 당신이 머리가 작든 크든 먼저 다가가 말해주세요.


"네 머리가 큰 게 아녔어, 모자가 작은 거였어. Think outside the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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