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왜 쓰나요

by 매콤한새우깡

" 내 글쓰기의 목적은 자기 치유야"
처음 나에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자고 제안한 동생은 글을 쓰면서 결혼제도를 통해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글을 왜 쓸까? 나는 도대체 왜 브런치를 하고 있을까?

브런치는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식사로만 알고 있던 내가 브런치 작가 해보자는 동생의 문자에 선뜻해보자고 답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작가님'이라는 타이틀이 멋있어 보였다. 솔직하게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생각보다 길어진 육아휴직과 독박 육아로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나를 찾는다고 수확은 없지만 부산스럽게 굴던 참에 동생의 도전이라는 말은 순간 나를 매료시켰다. 브런치가 무엇이든 간에 도전이라는 단어에 꽂혔다고나 할까. 한마디 민원 때문에 매일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해서 늘 퇴직을 꿈꾸는 월급쟁이 교사로 살아가는데, 언젠가 현실로 맞이할 퇴직의 순간 '작가님'이라는 타이틀이 있다면 근사할 것 같았다. 그뿐이었다
그렇게 정작 가장 중요한 글쓰기의 목적은 빠뜨린 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 되기'라는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목적을 상실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첫 글에 썼지만 사실은 끝나 있었다. 열심히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사실 그것은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며 허무했고, 다음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목적지 없는 항해처럼 제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목적지에 도착하며 목적지를 상실한 그즈음 어느 날 퇴근길, 핸드폰 브런치 알람이 쉴 새 없이 왔다. 핸드폰은 10분마다 내 글(아들친구의 맘 말고 내 친구인 맘)을 몇 명이 봤다고 울어댔다. 이게 무슨 일일까 당황하던 것도 잠시 1000명이 넘고 5000명이 넘고 만 명이 넘자 놀랍고 행복했다. '라이킷'이 15개에 불과하지만 댓글에 '난 아닌데'라고 남긴 사람이 없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내 이야기에 공감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가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별 볼일 없다 못해 지질하고 하찮은 나지만, 나도 여기 살고 있다고 나 좀 보아달라고 외치고 싶다는 것을.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

SNS는 인생 낭비라는 누군가의 말이 진리라고 믿으며 그 흔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지 않았던 내가 브런치를 Social Networks라는 폴더에 정리해 두었다. 브런치에 끄적이면서 부족하고 모자란 나지만 잘하고 있지 않냐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단 1개일지라도 '라이킷'을 받으며 위로받고 싶다. 나도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진화된 한 명의 사피엔스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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