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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그대로였다!

오사카 그리고 세 번의 기억

by moonworks Jan 28. 2025
오사카 번화가의 아침풍경오사카 번화가의 아침풍경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해외에서 학창생활을 보낸 곳이 오사카였다. 정확히는 중학교 1학년 2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약 1년간. 내게는 첫 해외생활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그런 경험들은 재미있었고, 그 시절을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떠올리게 한다. 오사카에서의 1년은 내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창 자아를 형성하던 시기에 해외에서 보낸 생활은 이후의 나를 만들어준 큰 밑바탕이 되었다. 그 경험 덕분에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독일 유학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를 품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떠났던 오사카를 다시 찾은 건 군대 전역 후였다. 중학생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복학 전 시간이 있었고, 아르바이트비도 모아둔 상태라 오래 미뤘던 오사카행을 실행에 옮겼다. 10년 만에 찾은 오사카, 그곳은 내 기억 속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어릴 적엔 커 보이던 건물들이 작아 보였고, 한창 활기가 넘치던 거리와 동네는 그만큼의 생동감을 잃은 듯했다. 일본 경제의 침체 탓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인지. 그때 느낀 약간의 실망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다시 10여 년 만에 오사카를 찾았다. 이번에는 내 가족과 함께였다. 이 여행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중학생 시절을 추억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이었다. 일본어도 다시 조금씩 공부하며 여행 준비를 했고, 이번에는 호텔 대신 새로운 동네의 일본 가정집을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내가 살았던 동네를 다시 방문하는 일정은 빼놓을 수는 없었다. 다시 걸어본 등굣길, 엄마 심부름을 하던 슈퍼마켓, 그리고 매일 이용했던 동네 JR역. 아빠가 되어 그 길을 따라 다시 걷다 보니,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며, 새삼스레 아주 긴 시간이 흘렀음을 느낀다.  


10대, 20대, 그리고 30대의 눈으로 바라본 오사카는 모두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느끼는 시각은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신기하게 오사카는 그대로였다. 변하지 않은 문화, 삶의 방식, 사람들의 모습. 물론 새로운 건물도 생겼고,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였지만, 기존의 것들을 지켜가려는 모습은 여전히 이 도시를 대단하게 느껴지게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오사카는 정적이고 안정적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변화가 좋았다. 지금도 변화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좋았던 것들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킬 건 지키고, 변화할 건 변화하는 것. 그것이 이 도시가 나에게 매력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오사카는 나에게 세 번의 다른 기억들을 만들어주었다. 10대의 호기심과 설렘, 20대의 회상과 실망, 그리고 30대의 성찰과 새로운 추억. 다시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익숙함과 동시에 새로움은, 이 도시와 내 기억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특별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오사카는 내게 단순히 한 도시가 아니라, 내 인생의 다양한 시기를 담아낸 시간의 앨범과도 같은 곳이다. 다음번 오사카 여행은 또 어떤 시점의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그때의 나는 또 다른 시각으로 이 도시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오사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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