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만의 패션이 존재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5월호에서는 시니어의 패션에 대한 고민을 해봤습니다. 패션의 중심은 젊은이고 어디서도 시니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꾸미고 싶고 남에게 매력적이고 싶을 텐데 말입니다. 최근 그나마 중년 남성의 청바지에 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인터넷 곳곳에서 청바지를 멋들어지게 입은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본적 있습니다만.
아무튼 궁금했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패션의 개념이 있다면 알려주고 찾고 싶었습니다. 그게 시니어 잡지를 다루는 기자의 사명이란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요.
우선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유명 브랜드를 찾아보고 홍보팀에 문의했습니다. 여성 시니어가 선호하는 브랜드 3곳 중 한곳에서는 늦게나마 자료를 보내줬고, 한 곳은 홍보팀 과장이 바빠서 연락이 안되다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곳은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라며 자료를 보내주지 않더군요. 아무리 봐도 매장에는 60~70대 시니어가 밖에는 없던데.... 착각을 하시나...결국 발로 뛰어 은퇴한 전 패션 디자이너와, 전 패션 업계 대표를 만나 살아있는 시니어 패션 포인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시니어의 패션도 젊은이들만큼이나 강렬했고, 욕구 또한 분명했습니다.
패션에 대한 첫 번째 글로 김수길 전 패션경영인협회 부회장의 글을 올립니다. 시니어들에게만 통하는 패션이 있다는 것을 알길 바라며...
시니어 패션에 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가슴 가득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사실 시니어의 스타일은 비단 입는 것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시니어 인생을 사는 모습이 아닐까. 과거의 영광은 버리고 품격을 입어야 한다. 거기에는 물론 옷을 입는 패션 스타일도 있을 것이고, 봉사활동도 하며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개척하고 젊게 살아야 그것이 외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선 시니어의 패션을 말해보자. 한국 시니어를 대표하는 시니어룩이 과연 있을까? 딱 잘라 말해 없다. 시니어들 또한 어떻게 하면 나이에 맞게 품격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는지 모른다. 앞으로 시니어 의식을 깨고 바꿀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묻고 싶다. 젊은 사람들의 옷을 입으면 젊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젊게 산다고 그들의 브랜드를 좇고 입고 다니는데 그런 게 잘 입는 것이 아니다.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입어야 한다.
‘패션’은 본래 변화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인 문화 전역에 걸쳐 적용되는 용어로 의복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미지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나 자신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결정된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바로 본인 자신인 셈이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과 같이 인간은 각자 개성에 기반을 둔 본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시니어, 이미지 메이킹은 필요하다
시니어 세대에도 첫인상은 특히 중요하다. 표정이나 복장, 말투와 같은 외향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진실함과 겸손함, 상대방을 배려하는 내면적인 모습들이 동반되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의상을 통한 이미지 연출은 무언의 언어로서 기능을 가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개인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나타낼 수 있으며 자아 형성에도 도움된다.
좋은 이미지는 개인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특정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됐던 ‘이미지 메이킹’은 현시대를 사는 시니어에도 필요하다. 자신의 개성과 신분에 맞는 이미지를 구축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한층 더 살려야 한다. ‘좋은 이미지’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미의식을 반영하되 무엇보다 나만의 개성을 찾아 만들어야 한다.
시니어의 색 ‘Grey(회색)’
날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쉽게 남에게 보여줄 수가 없을 때 옷이 제일 먼저 그 역할을 한다. 옷을 보면 상대의 위치, 성격 등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옷은 예민하고 민감한 자기표현의 일부분이다. 젊은 사람처럼 입는 것이 아닌 제 본분과 나이에 맞게 입는 것이 시니어가 옷을 잘 입는 방법의 하나다. 유행에 대해 시니어의 패션을 말하지는 않겠다. 단, 기본적으로 시니어에 어울리는 색은 따로 있다. 시니어에게는 품위가 생명이다. 그 품위를 살려주는 색이 바로 회색이다. 회색도 색이 다양하다. 소재에 따라서도 느낌과 색이 다르다. 같은 색상도 원단에 따라 다르다. 스웨터나 양복 등을 살 때 진짜 멋쟁이는 회색으로 고른다. 회색은 얼굴이 검은 사람이나 흰 사람이나 누구한테나 잘 어울려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회색과 짙은 빨간색인 버건디와의 매칭도 아주 멋지다. 거기다 요즘 유행하는 브라운색 구두를 신으면 아주 멋진 시니어룩이 된다.
패션 업그레이드와 함께 자존감도 높이자
우선 남들에게 보이는 외모는 자기 자신의 태도나 감정,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욱 나은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는 내적인 변화와 함께 외적인 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과 더불어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기르자. 이미지 메이킹을 통한 자아상의 확립은 자존감을 높여주기 마련이다.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앞서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좋은 이미지는 개개인 간의 관계 증진은 물론 대인관계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패션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면 이것은 자기만족은 물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주고 개인의 잠재적인 능력과 장점을 최대화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김수길(金秀吉) 강남시니어플라자 강남스타일 봉사단장 김수길 단장은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학교인 마랑고니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고, 패션경영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