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백수고모 May 18. 2016

오늘은 5월 18일입니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입니다.
5월 18일, 역사의 어느 날은 참으로 슬펐습니다.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학교에 간 딸이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는지...
도무지 지금도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다면 자식 걱정, 집안 걱정하며 살아가는 우리시대 장한 아버지고 어머니셨겠죠. 오늘만이라도 그분들을 기억하는 날이 됐으면합니다.

오늘은 80년 그날보다 훨씬 전,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언니들 , 위안부에 관한 책를 소개하는 이지혜 기사의 글을 게재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5월호 [명사와 함께하는 북인북] 은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 <몽화>의 권비영 작가가 윤정모 작가의<봉선화 꽃 필 무렵>을 추천했습니다. 윤정모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꽤 많이 쓴 작가입니다. 아무리 주목받지 않더라도 꼭 누군가는 쓰고 남겨야할 역사적 사명처럼 글을 써왔다고 하는군요. 지속적인 관심이 잊히지 않는 역사를 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와 글에 대한 이야기를 권바영 작가를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우리 마음에 다시 심는 못 다 핀 소녀들의 ‘꽃’ - 권비영 작가

<덕혜옹주> <몽화>의 소설가 권비영이 추천하는 <봉선화가 필 무렵>

▲<덕혜옹주> <몽화>의 소설가 권비영.(이태인 기자 teinny@)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시위)는 2011년 12월 14일 1000회를 맞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여전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일제강점기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몽화(夢花)>를 펴낸 권비영(權丕映·61) 작가는 “위안부 문제는 냄비 물 끓듯 일시적으로 분개할 일이 아닌, 가마솥에 불을 때듯 서서히 고아가며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우리 문학이 그런 가마솥을 데우는 작은 불씨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녀가 <몽화>를 쓴 이유, 그리고 <봉선화가 필 무렵(윤정모 저·2008)>을 추천하는 까닭 또한 그러하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봉선화가 필 무렵>은 <에미 이름은 조선삐였다(1982)>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한 소설가 윤정모가 쓴 역사 동화책이다. 권 작가는 <봉선화가 필 무렵>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제목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봉선화가 필 때쯤이면 돌아올 끼다”라는 순이의 말이 맴돌아 더욱 가슴 아픈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는 강덕경, 강일출, 김복동, 김순덕 등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삽화가 담겨 있어 애잔함을 더한다.

“윤정모 소설가는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강성이 센 작가고, 특히 위안부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 같아요. <에미 이름은 조선삐였다>를 시작으로 그동안 일제강점기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꽤 나왔어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계속 묻혀왔죠. 수십 년 동안 끌고 온 민족의 문제인데, 주목받지 못한 게 항상 안타까웠어요. 그렇다고 덮어두고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저도 <몽화>를 썼지만, 이러한 작품이 계속 나와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라나는 키만큼 생각도 쑥쑥 크는 우리 아이들

권 작가의 말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룬 책은 여러 권 있다. 그중에서도 <봉선화가 필 무렵>을 꼽은 것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도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제안 때문이었다. 동화라는 장르는 부담 없었지만, 위안부가 주제라는 점에서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책은 일본군이 한국 소녀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못된 짓을 하려 한다’, ‘피에 젖은 옷자락’ 등 간접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또 어른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이었다. 이에 그녀는 “대답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요즘 아이들은 신체 성장뿐만 아니라 사고와 의식도 우리 때보다 더 성숙해요. 일단 아이들이 어떤 점에서 의문을 품었다면, 그만큼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질문할 생각조차 못 하고 넘어갔을 테니까요. 아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상징적인 표현이나 이미지를 빌려 충분히 설명해주면 웬만큼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생각이 쑥쑥 자라는데 어른들이 민망하다고 해서 ‘그건 몰라도 돼’ 하는 식으로 넘겨버리면 우리 역사를 정확히 아는 기회를 빼앗는 셈이죠.”

그녀가 중학생 시절 배운 인수분해를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운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받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렇게 아이들의 의식은 앞서가는데 중·장년의 어린 시절 수준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게 권 작가의 생각이다.

“언젠가 <덕혜옹주> 사인회에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자매가 온 적이 있어요. <덕혜옹주>는 어린이가 보는 만화도 있고, 청소년 소설로도 냈는데 그 아이들은 어른이 보는 책을 들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너희는 왜 그런 걸 안 보고 소설로 읽었느냐고 했더니, ‘그건 너무 재미없다’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내용은 알면서 읽었는지 물으니까 다 이해했다 하더라고요. 물론 어른처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빨리 큰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언제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는 동화 이야기만 하면 안 된다고 느꼈죠.”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한 방울 한 방울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룰 때까지

어른·아이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100만 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덕혜옹주(2009)>다. 역사 교과서 속 몇 줄에 지나지 않는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로,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몽화> 역시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의 소설가 윤정모는 ‘아픔이 피의 강물처럼 흘렀을 우리 여성들의 참극을 중편이라는 어중간한 그릇, 아니 그저 바가지 하나로 강물을 떠내서 핏빛만 보여 주고 만 꼴이 되었다. (중략) 좋은 작품은 후배들에게 기대해 본다’라고 썼다. <몽화>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윤정모 작가가 그랬고, 권비영 작가가 그렇듯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 언저리에 박히게 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권 작가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덕혜옹주>가 큰 사랑을 받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내가 하는 게 잘하는 건가? 내 꿈에 취해 잘난척하는 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작가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영향력 있는 존재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죠. 저는 나서서 강하게 행동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문학은 한 발짝 뒤에 서서도 얼마든지 내 주장을 펼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우리 사회가 꼭 짚고 넘어갈 문제에 대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덕혜옹주>이후로 더 뚜렷해졌죠. <몽화>는 그런 작가로서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의 소설로 단기간에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자극에 의한 일시적 행동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뭉근하게 데워가다 보면 더 합리적인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몽화>를 읽어보면 그런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드러내고 주장하는 인물이 아닌, 다소 평범하고도 침묵하는 소녀들을 통해 객관적 시선으로 더 큰 아픔을 발견하게 한다.

“제 소설을 읽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독자를 한 방울의 물에 비유하자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웅덩이가 되고 내[川]를 이룰 수 있겠죠. 내가 되면 졸졸졸 소리를 낼 수 있고, 그 내가 모이면 커다란 강을 이루고요. 그렇게 생긴 강은 누가 갑자기 없앨 수도 없을 뿐더러, 없앤다 한들 그 물줄기가 흐른 자리를 부정할 수 없을 거 아녜요.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오히려 무기나 거친 표현을 하지 않고도 평화로운 방안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 중·장년들도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끊임없이 관심의 영역 안에 있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거진의 이전글 <에어비앤비> 치유·소통의 옥상정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