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백수고모 Sep 13. 2016

여행자의 하룻밤_서재에서 방까지 네 시간 서평

마음 문을 열어준 이들의 소중한 이야기 담다

여행자모티프원에서 취조(?) 당하다

어느 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데 안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현누나, 내가 모티프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모아서 책 내는데 제목을 정해야 해요.”

혹시나 책에 필자의 얘기가 나오나 살짝 기대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숙박 아닌 취재를 했다. 결정된 책 제목을 보아하니 ‘여행자의 하룻밤’. ‘하루 낮(?)’에 안수를 만났기에 애초 기획 단계에서 필자 같은 사람은 제외였다. 

필자가 보낸 책 제목 후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주인장 마음대로하룻밤 인터뷰다. 정말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고나 할까? 하룻밤 숙박을 한다고 해서 그 숙소의 주인장과 대화를 많이 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함께 온 친구와 수다 떨고,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게 일반적인 한국 여행분위기 아닌가. 그런데 모티프원에 가봤거나 안수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안다. 희한하게 사람들이 그 주위에 모인다. 안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의 이야기를 뱉어내게 된다. 방 안에 있던 여행꾼들이 하나, 둘 1층 서재로 모이기도 하고 때론 안수와 따로 얘기를 나누게 된다. ‘여행자의 하룻밤’을 채운 주인공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수의 취조 아닌 취조에 빠져 들었겠지. 무엇보다 그와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평화를 느꼈겠지? 지금까지 말해본 적 없는 속내를 처음 본 사람에게 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 적어도  이책 안에 나온 주인공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흰수염의 안수는 늘 이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런 미소를 보이며 희한하게 취조모드로 들어간다는 말씀~!


당신도 이책 속 주인공이다

‘여행자의 하룻밤’은 안수가 모티프원에 온 사람 모두를 사랑으로 관찰하고 표정을 읽으며 따뜻하게 다가간 행동의 결과물이다. 기자가 마이크와 녹음기를 들이대고 “그래 너 한번 잘 살았나 보자”라며 공격적으로 다가간 글이 아니라는 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안수라는 프리즘으로 순수하고 따뜻하게 속마음을 쏟아 부었다. 

고백하건데 취재 간 필자 또한 취조(?) 당하고 돌아왔다.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토해내 듯 말했다. 질문만 하던 입장에서 질문을 받으니 약간의 해방감도 있었다. 후폭풍이라면 취재가 끝난 뒤 녹음한 인터뷰를 들으면서 프리뷰를 작성하는데 필자의 목소리만 가득했다는 것. 혹자는 이 상황을 보고 “기자가 왜 취조를 당하고 왔냐?”며 자질을 논할지 모르겠다. “자랑도 아닌 얘기를 하냐?”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안수가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은가. 꼭 질문을 해서 억지로 대답을 받아낼 필요는 없다. 이 상황 또한 기자에게는 기삿거리였다. 당시 필자는 기사 말미에 이렇게 썼다.

“1분 거리의 방이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서재에 내려왔다가 말이 맞는 옆방 손님이나 아랫방 손님들이 만나 토론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만다. 특히 집주인을 만나게 되면 취조(?)당할 각오는 해야 한다. 그는 모티프원에서 매일 살아가는 이유가 손님들로부터 문화충격을 받는 것이란다. 전직 기자라는 것을 잊지 마라. 모든 것을 얘기하게 될 것이다._시니어 월간<브라보 마이 라이프>2월호

결국 그런 그의 버릇 같은 궁금증과 다양한 질문이 모티프원에 다녀간 이들을 책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이들도 언젠가는 안수의 이야기책에 쓰일 것이고, 책 속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안수 부부의 사진~ 자리를 옮겨가며 이 사진을 보면 모션이 바뀌는데 '김치~!'라고 하는 모습이란다


눈높이를 맞추다안수그리고 지현누나

모티프원은 여느 게스트하우스와 다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주인이 안수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다른 사람은 안수와 어떤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대화 나누는 지 잘 모르겠다. 안수는 내게 ‘누나’라 부르고, 필자는 ‘안수’ 뒤에 존칭을 쓰지 않는다. 하얀 수염 길게 내린 안수와 필자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버릇없게 보인다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안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냥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그게 다다. 생각해보니 내가 ‘누나’가 되고 그가 이름을 부르는 상대가 되니 서로의 눈높이가 맞아 안정적 인간관계가 성립됐다고나 할까? 위아래 격(格)이 없으나 서로 존중하는 사이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수는 잡지계 높은 스승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안수가 20여년 경력 잡지 베테랑이라는 것을 몰랐다. 게다가 그땐 필자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들어와 첫 마감을 준비하던 상황. 햇병아리와 고수의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안수와 필자는 자연스럽다. 이름을 부르고 누나로 불리는 것 말이다. 그렇다고 격이 떨어지는가? 그와의 관계에는 존중과 존경이 담겨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안수와 시간을 나누고 또한 행복한 기운을 나눴을 것이다. 

필자와 안수, 사진제공<브라보 마이 라이프>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마부를 모시거나하룻밤을 묵거나

안수는 개인용 승용차가 없다. 자칭 ‘시골 쥐’ 안수는 고무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파주헤이리를 누비고 다닌다. 일명 ‘도시 쥐’들이 만나고 싶다 청하면 자신을 부르지 말고 모티프원으로 오라 말한다. 물론 맛있는 음식과 술이 준비돼있다는 미끼를 던져놓는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결단. 일단 차가 없다면 같이 올 마부를 대동할 것, 아님 하룻밤 이야기할 생각을 하고 모티프원으로 가야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일단 마부가 있으면 좋은 점이 있다. 안수가 알려주는 파주 맛집에 차를 타고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모티프원으로 돌아와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면 너무 좋은 만남. 그런데 이것이 아니면 하룻밤을 보내며 서재에 남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절호의 기회(?)가 그리고 안수와 인터뷰 시간이 마련될 것이다. 그의 끊임없는 질문은 아이들이 “왜 하늘이 파래 엄마?”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뜬금없고 당연히 알았던 질문을 생각하려면 과거 기억과 당시 심경을 끄집어내야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되돌아보라. 아팠던 기억, 좋았던 기억 모두 꿈처럼 기억나게 된다. 그렇게 모티프원에 눈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소복하게 쌓였고 오늘도 또 새로운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사진제공<브라보 마이 라이프>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 브런치 독자를 초대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