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 않게 조금씩 매일...
말레이시아에서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동안, 저학년은 수학, 영어, 스펠링 숙제가 있고, 고학년은 수학/영어/IC(Integrated Curriculum) 숙제가 일주일에 한 번 나왔다. 리딩다이어리는 전 학년에 걸쳐 매일 해야 하는 숙제였다. 하지만 수학 같은 경우 숙제의 양이 많지 않아 학교의 숙제만 하고는 학습량이 너무 부족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할 것을 찾아야 했다.
하교 후 아이들과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하던 중 우리가 찾은 방법은 학교가 끝나면 북세스에 가서 간식도 먹고 키즈코너에서 책도 읽어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5년 전 타마린드 스퀘어 (사이버자야에 있는 상가건물)는 대부분 비어 있고 빌리지그로서, 북세스, 샌프란시스코 커피숍 정도 있었다. 지금은 많은 유닛에 상점들이 생겨서 활기를 띠지만 처음에 왔을 때는 대부분의 유닛이 비어 있었다. 구조가 정글 같고 뭔가 음산한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북세스에서는 차도 마시고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세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아이 학교에서 보딩(기숙사) 사감 선생님으로 계셨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하셨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읽어주시는 책의 스토리를 듣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엔 아이들 책코너로 가서 첫째 아이가 좋아하고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사게 하니 훨씬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매드매스라는 수학 액티비티 북을 사서 하루에 한두 장씩 첫째 아이와 같이 풀어 보았다. 매드매스를 풀면서 수학 영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다. 1학년부터 2학년 락다운이 시작되기 전까지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골라서 읽게 하고 매드매쓰로 수학 문제 푸는 것을 같이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영어를 잘 읽을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문제를 읽어주면 문제를 듣고 풀었다. 모르는 것은 같이 설명해 주면서 풀었다. Year 1은 간단한 연산의 문제들이어서 내가 도와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수학의 한 개념을 배우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예를 들고 설명해 주는 수업 방식이었다. 매드매스 책이 그 수업 방식과 잘 맞아서 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아이가 수학을 학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 후 year 4에 K5 learning이라는 무료 학습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개념에 대한 수학 워크시트를 K5 learning 사이트에서 매일 한 장씩 프린트하여 풀게 했다. 한 장에 5-10문제 정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풀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매일매일 리딩 다이어리를 쓰는 것은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였다. 학년이 달라져도 선생님들께서 매일 책을 읽고 리딩 다이어리를 쓰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셨다. year 1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영어 과외를 하는 대신 학교 선생님께서 강조하는 방법을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리딩 다이어리!! Year 1 후반까지는 아직 영어로 쓰는 것이 잘 안 되었기 때문에 리딩 다이어리를 대신 간단히 써주었다. 어떤 단어에서 막히는지 스토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등등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Year 2 초반부터는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한 리딩 다이어리를 스스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책 제목과 책의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를 쓸 수 있었다.
리딩 다이어리와 더불어 락다운 기간 동안 (year 3 ~ year 4)은 학교에서 ReadTheory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영어 독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매일매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인데 문제를 풀고 나면 결과로 아이의 수준이 데이터화되어 그래프로 나타났다. 진행할수록 아이의 독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락다운이 해제되고 첫째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한 후 year 4 마지막 학기에 선생님께 따로 첫째 아이의 영어 글쓰기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엑스트라로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으면 할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Year 4 담임선생님이 그림이 들어있는 리소스를 보내 주셨다. 상상해서 그림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 쓰는 것을 연습해 보라고 하셨다.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주시면서 글 쓰는 방법에 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첫째 아이에게 선생님께서 첫째 아이를 위해 도움이 되라고 숙제를 더 내주신 것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좋아하면서 그 그림들에 대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림에 대한 스토리를 다 쓰면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랬더니 17편의 짧은 스토리가 탄생했다. 책으로 만들어준다던 약속은 그 시기에 다른 일이 생기면서 지키지를 못했다. 그때 바로 책을 만들어줬더라면 아이가 성취감을 더 많이 느꼈을 텐데 조금 아쉽다.
Year 5에서는 다른 학교 시니어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담임이 되셨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아침에 20분 정도 일찍 등교하게 해서 글쓰기를 연습시키셨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금방 9학년 되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글쓰기를 해야 한다”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이들은 쓰는 것을 힘들어했지만, year 5 때 그렇게 글쓰기를 연습한 덕분에 첫째 아이의 영어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다.
year 5부터는 리딩 다이어리를 쓸 때 읽은 책과 내용을 요약 정리해 보라고 했다. 아이가 처음에는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육하원칙을 써서 정리를 해보라고 했다. 아이가 정리한 내용을 읽어가며 체크해 주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게 하도록 독려했다. 다른 한국 친구 엄마들과 만났을 때 리딩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 요약해서 정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서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들도 아이들에게 요약해서 정리하라고 했던 것 같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한국 친구들만 리딩 다이어리에 요약한 내용을 적어 온다면서 칭찬하셨다고 했다. Year 5 일 년 동안 거의 매일 리딩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책 내용 요약하는 능력 및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year 6에서는 리딩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리딩 다이어리 정리 방법 리스트를 내주셔서 그중에 한 가지 방법을 골라 작성하면 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요약하거나, 책 내용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거나, 내용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적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첫째 아이가 year 6을 졸업한 지금 '왜 선생님이 매일 리딩 다이어리 쓰는 것을 강조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첫째 아이에게 입학 후부터 year 6까지 리딩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도록 했다. 책을 읽어야 하니 읽기와 다이어리를 쓰면서 쓰기가 동시에 연습이 되었다. 게다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왜 인상 깊었는지에 대해 답하려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다. 영어를 늘리는 최고의 방법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읽고 쓰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더불어 아이의 학년에 맞게 방법을 바꿔가면서 리딩 다이어리를 써야 효과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어 수업은 guided 리딩 시간이 있어서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졌다. 첫째 아이가 year 1 때 제일 기초그룹에서 시작해서 단계가 점점 올라가더니 year 5에서는 free reader로 첫 번째 guided 리딩 그룹으로 올라갔다. 아이가 처음 입학하고 영어를 잘 못해서 기초그룹에 속해 있을 때, year 3가 되어도 많이 늘지 않았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 잘하게 될까 하는 갈급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을 계속 누그러뜨리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아이는 free reader가 되어 있었다. 역시 적절한 가이드, 꾸준함과 시간이 필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