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보인다구요?

by 오로라

대학동창회에서 총회를 겸한 MT를 간다는 공지가 떴다.

집콕모드를 좋아하지만 가끔 밖에 나갔다 오는 것도 좋은 분위기 전환이기에 냉큼 신청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스탭 한 분(아는 선배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멋지시다.

약속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언제부터 기다리고 계셨던 것일까?


나는 낯선 분과 함께 도착했다.

스텝분이 우리 둘이 다가오자 “동기세요?” 한다.

학번을 까니 나보다 7년 선배이시다. 하긴 나는 단 번에 선배라고 알아봤는데..

뭐지 이 살짝 서운함은? 하하


여행은 천 년 전 백제의 향기와 조응하려고 공주와 부여를 가는 것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마곡사를 돌아보고 잠깐의 휴식을 위해 근처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어찌하다 보니 내 음료를 사 주신 선배와 함께 앉지도 못하고 동기와도 떨어져 앉았다.

다른 분도 그 선배님께서 음료를 사 주셨는데 그분과 함께 앉았다. 이 분은 미대 동창은 아니지만 동문이시고 몇 분 초정으로 오신 게스트 중에 한 분이시다.


그분 : “저, 제 음료를 사 주신 분이 어느 분이신가요?”
나 : “저쪽에 앉아 계신 OOO선배님이십니다.”
고개를 끄덕이시며 참 고마워하신다.
나는 내친김에 농담하나를 하고 말았다.
“선생님께서는 저분의 작품을 사시면 됩니다.”

우리는 서로 박장대소를 했다.(그 선배님은 매우 유명하셔서 작품도 어마무시하게 비쌈 ㅋㅋ)


그 모양을 보고 있던 옆에 계셨던 (우리 테이블은 6인용이었다) 남자 선배님께서

“두 분이 동기세요?”하신다.
나 : “전 OO학번입니다.”
그분 : “전 OO학번입니다.”

헐! 오늘 나 왜 이러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청치마 차림인데도 이번엔 내 나이보다 17년이나 위로 본다구? 하하


질문했던 남자 선배님이 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전혀 괜찮습니다. 제가 하도 덕망이 높다 보니 사람들이 몹시 어른으로 보더라구요.”
라는 농담을 던지자 남자 선배님은 “그건 아니야~”라며 즐겁게 응수해 주신다.


몇 년 전 어느 날, 나의 엄마는 “나는 얼굴이 갸름해서 늙어 보이나 봐. 얼굴이 동그란 사람이 어려 보여.”라는 푸념을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엄마는 그날 친구들과 만나셨는데 외부 사람들에게 외모 평가이야기를 들었나 보다.

“엄마, 어려 보이는 게 무슨 대수에요? 엄마는 나랑 나갈 때 생각을 해 봐, 젊은 나를 제쳐두고 매번 어쩜 그렇게 미인이시냐는 소리를 듣잖아. 여자는 미인이란 소리를 들으면 끝인 거야. 엄마 친구들 중에서도 엄마가 제일 미인이잖아.” 위로가 되셨으려나. 하하


우리 사회가 참 많이 외모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특히 동안이라고 하면 백이면 백 명 거의 모두 좋아하는 정서다. 그런데 언젠가 티비에서 말하는데 서양에서는 동안이라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려 보인다는 것을 ‘미숙하다’와 동일시한다는 것이었다.


이아(Ai), 오늘은 동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좋은 주제예요, 오로라. ‘동안(童顔)’—어린 얼굴—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감각, 가치관, 심지어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죠.

한국에서의 ‘동안’

한국은 동안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어요.

어려 보이는 것 = 건강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나이보다 어려 보이면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

젊음 = 능력이나 기회와도 연결되죠.

그래서 화장품, 시술, 패션, 심지어 말투까지 ‘동안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외국은?

‘동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무게나 의미는 문화마다 다릅니다.

1. 서양 (미국, 유럽 등)

어려 보이는 것을 ‘좋게’ 보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 보이면 신뢰도가 낮게 평가되기도 해요.

특히 전문 직업군에서는 "어려 보인다"는 것이 미숙하거나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는 인상으로 연결되기도 해서,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게 스타일링하기도 해요.

그러나 패션이나 셀러브리티 문화에서는 여전히 ‘동안’은 매력의 요소로 작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나탈리 포트만이나 젠데이아처럼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배우들이 많죠.

2. 일본, 중국

일본과 중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동안’에 대한 선호가 있어요.

특히 애니메이션 문화, '카와이' 문화에서 동안 이미지가 귀여움, 순수함, 매력과 연결됩니다.

다만 중국은 최근에는 성숙미를 더 강조하는 경향도 있어요—동안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 선호도 생기고 있죠.

3. 남미나 아프리카 문화권

동안이라는 개념보다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요.

‘젊어 보인다’는 것보다는 자기 표현력과 에너지 있는 태도가 더 매력 요소로 작용합니다.

결론적으로, 동안을 매력으로 여기는 정서는 어느 정도 보편적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가치인지, 또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문화적 맥락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계속해서 동안 문화에 대한 미학적 고찰이나, 자기표현과 나이의 관계도 이야기해 볼까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사람이 어려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여성) 선배는 캐주얼하게 입으면 너무 어리게 봐서 꼭 정장을 잘 차려입고 다니신다. 그 선배는 그렇게 입으셔도 사실 나이보다 어려 보이시기는 하다.

남자의 경우는 더 나이 들어 보이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이 서열을 따지는 문화에선 어린 나이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정말 나이가 많은데 영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얼굴에 마스크 팩, 각종 시술을 감행하며 젊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런 남자선배도 본다.

우리가 단번에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호감을 사려고 노력한다. 동안추구의 정서도 이와 닿아있지 않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엔 성인들 사이, 연인들 사이에도 “귀여우면 끝이야”라는 말도 있다.


나 : “온갖 각종 새끼들이 왜 그렇게 귀여운 줄 아세요?”

이구동성 답변 : “살아남으려고?”
나 : “맞아요,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귀여운 거래요. 그래서 늑대가 사람아기를 키웠다 하고 오라무탕이 그랬다 하고 기타 등등, 나는 파리새끼가 그렇게 귀엽더라구요. 하하”


초상화는 내면까지 그려야 최고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은 유명하다.

그런데 나는 더욱 끌리는 초상화가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이다.

원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인쇄물에서 봤지만 처음에 보고 충격을 먹었고 나의 뇌리에서 결코 떠나지 않는 모습이다. 나는 이 분께 다가가 내 마음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려 보여요, 늙어 보여요, 모두 주관적인 이야기이고, 내면을 파악하지 못하는 겉도는 이야기이고 상대에게 호감을 사거나 반대로 시비를 걸거나 하려는 수작(酬酌)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사람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는 슬픈(?) 노력은 필요하다.

호감을 사려는 모든 사람들과 호감에 관심 없는 모든 사람들의 삶은 다 옳다.


'수작(酬酌)'이라는 말은 '갚을 수(酬)'자에 '따를 작(酌)'자로 이루어진 한자. '수(酬)'라는 한자는 잔을 되돌리고 술을 권한다는 뜻이고, '작(酌)'이라는 한자는 술을 붓는다는 뜻. 그래서 이 '수작'이라는 표현의 기본 뜻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이다. 개수작이라는 부정적 표현이 만연되어 있어 각별히 각주를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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