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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오늘 Nov 23. 2020

너의 기쁨이 두려운 나에게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인생마다 각자 주어진 시간이 있고, 그렇게 서로 다른 시차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내 인생 시차가 남들보다 느리다는 걸 인지하게 됐을 때 나는 의연하지 못했다.

때가 되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엄마가 될 수 있는 줄 알았다.

임신=출산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큰 오산이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고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임신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다 가슴 벅찬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경험들이 나를 얼마나 옹졸하게 만들던지... (절레절레)


아이가 늦어지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축하 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멋진 일인지 그전까지는 몰랐다. 남을 마음껏 아낌없이 축하해 줄 수 있는 기쁨이 내 마음 그 어딘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14주 차 중기 유산으로 아이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SNS 삭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슬프다는 이유로 나는... 가장 먼저 다른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차단했다.


매일 아침저녁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 대신 시집이나 에세이를 읽었다.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지면 SNS를 찾아보는 대신 전화를 걸어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 사이 마음에 난 상처에도 새살이 돋고 크고 작은 기쁨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타인의 기쁨이 두렵고 축하가 어렵다.

어렸을 땐 다른 사람을 위해 울어주고 끊임없이 위로해주는 것이 의리고 멋진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만큼 나이를 먹고 보니 진짜 의리 있고 멋진 사람은 다른 이의 슬픔보다 기쁨과 행복에 진심으로 웃고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는다고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었나 보다. 


인생마다 각자 주어진 시간이 있고, 우리는 그렇게 다른 시차에서 삶을 살아간다.

내 하루가 남들보다 조금 늦다고 해서 나의 일 년이 남들에 비해 이룬 것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말아야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너의 기쁨에 진심으로 손뼉 쳐 줄 날이 오겠지. 반드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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