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곤충이 죽었다

by 뀨얼랏

우리 집에서 곤충을 키운다고?


아이를 키우면서,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곤충 탐구'다. 곤충이라면 질색이었던 내가, 아이로 인하여 강제적으로 곤충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그것을 취미라 부르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집에서 소파에 앉아, 곤충이 주인공으로 된 그림책을 자주 읽곤 했다. 그림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사책으로 넘어갔다. 아람 '자연이랑' 전집을 거쳐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와 탄탄 '자연 속으로' 전집으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진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는 물론, 노린재, 길앞잡이, 코카서스 장수풍뎅이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곤충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곤충책을 읽고 나면 나는 곤충이 되어야 했다. 아이가 곤충 놀이를 하자고 졸랐기 때문이다. 주로 변신했던 곤충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다. 같은 나무 수액을 먹는 곤충들 이어서일까. 곤충 관련 책에서는 유독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함께 등장시켜 대립적으로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책들을 읽고 나면, 아이와 나 둘 중 한 명은 장수풍뎅이가, 또 한 명은 사슴벌레가 되어 결투를 벌여야 했다. 또 어느 때는 사슴벌레 가족이 되어, 아빠 사슴벌레와 아기 사슴벌레를 연기해야 했다.


그뿐인가. 한 발 더 나아가, 작년부터는 실제 사슴벌레 두 마리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아이의 친구네 가족이 사슴벌레 애벌레를 분양해 준 덕이었다. 애벌레가 꼬물꼬물 흙속을 기어 다니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한 마리는 '꼬물이', 다른 한 마리는 '수박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각각의 사육통에 포스트잇으로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그런데 아이의 장난으로 이름표가 자꾸 바뀌었다. 그러므로 종국엔, 누가 꼬물이인지 수박이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꼬물이인지 수박이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리를 올해 초 유치원에 관찰용으로 보내는 바람에, 우리 집에는 한 마리의 사슴벌레 애벌레만 남게 되었다.


남은 한 마리의 사슴벌레는 1령, 2령, 3령까지 아주 순탄하게 자랐다.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큰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저, 가끔 분무기로 흙 위에 물을 뿌려주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 마저도, 내 몫이었다.



곤충과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광을 내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사슴벌레를 채집통 안에서 목격했다. 그 조그맣던 애벌레가 자라고 자라, 이렇게 멋진 성충으로 자라다니. 검은색 사슴벌레는, 이제껏 곤충이라면 질색을 하던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렸다. 그 예쁜 자태에 흥분해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내 생전에 곤충을 휴대폰 사진첩에 소중하게 보관하게 될 줄이야. 키우는 데 그리 크게 애를 쓰진 않았다지만, 그래도 1년을 가까이 정을 쏟아서일까. 애착이 갔다.


아내와 아이도 신이 나서, 외쳤다.


"사슴벌레한테 바나나 줘보자!!"

"내가 줘볼게!! 내가 줘볼게!!"


아이는 바나나 조각을 작게 떼어내어, 사슴벌레 앞에 두었다. 사슴벌레는 이게 먹을 거라는 걸 모르는지 본체만체했다. 다시 바나나 조각을 들어 사슴벌레 입 바로 앞에 옮겨주니 맛을 보기 시작했다. 한번 맛을 보니 신세계였을까. 사슴벌레가 바나나 조각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흡입을 해댔다. 아내와 아이 얼굴을 보자, 가히 뿌듯한 얼굴이었다. 다음 주에는 다 자란 사슴벌레를 위하여, 놀이목과 곤충 젤리를 사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주가 다다음주로 미루어졌고, 또 그다음 주로 미루어졌다.





반려곤충과 이별했다


그러다 어젯밤, 문득 거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사슴벌레 집(채집통)을 보는데 기분이 싸했다. 갈색 흙 위로 검은색의 작은 무언가가 올라와 있었다. 사슴벌레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슴벌레가 다리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누워 있었다.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채집통을 들고 흔들어 보는데 그래도 움직이질 않았다. 믿기지 않았다. 채집통 뚜껑을 열고 손으로 살짝 사슴벌레를 건드려 보았다. 그래도 움직이질 않는다. 나는 울상을 하고는 아내에게 말했다.


"사슴벌레가 죽은 것 같아..."

"그래?"


아내는 파워 T였다. 나는 여전히 울상을 하고는 아내에게 다시 말했다.


"요즘 엄청 더웠는데, 흙에 물 안 적셔줘서 그런 거 아닐까. 더워서 못 참아서 흙 위로 올라와서 죽은 거 아닐까... 지금이라도 물을 줘봐야겠다.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아내는 그런 나를 그저 지켜보았다. 나는 싱크대 수도꼭지를 튼 다음, 손으로 물을 받아 조심스럽게 사슴벌레 몸 주위로 떨어뜨려 보았다. 물이 살짝 고이며 사슴벌레의 몸을 적셨다. 하지만 사슴벌레는 미동도 없었다. 슬펐다. 사슴벌레의 죽음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마음이 속상했다. 사슴벌레는 서늘한 곳을 좋아한다는 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 분명 물을 한 번씩 뿌려줘야지 하고 생각을 했음에도, '다음에 하지 뭐' 하며 지나쳤다. 사슴벌레에게 놀이목과 곤충 젤리를 사줘야지 하고 생각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뒤로 미뤘다. 얼마나 더웠으면 흙속을 좋아하는 사슴벌레가, 흙 위로 올라와서 죽었을까. 후회가 많이 됐다. '아이에겐 이 사실을 어떻게 얘기해 주지' 고민이 됐다. 키우던 곤충이 하늘나라로 가도 이렇게 슬픈데,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던 사람들은 그 심정이 어떠할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느닷없이 반려곤충을 떠나보냈다. 오늘 아침 아이가 채집통 안의 사슴벌레를 발견했다. 아내가 사슴벌레의 부고를 전했다. 아이는 믿기지 않았나 보다.


"자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슬퍼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담담 했던 것 같다. 분명 내 아들도 T다.



사슴벌레에게


사슴벌레야 안녕. 너와 함께 했던 시간, 너무 즐거웠어.

꼬물꼬물 작은 애벌레에서 조금씩 커 가는 네 모습을 보며 우리는 참 많이도 신기해하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눴단다. 허물을 벗고 어른이 된 네 모습에 감탄도 많이 했어. 그런 너를 이제 떠나보낸다니 많이 아쉽구나.

너와의 추억만은 우리가 기억할게. 평안히 잠들기를...

매거진의 이전글이러니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