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세 가족이 다 함께 이마트로 장을 보러 다녀왔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아내와 아이가 뒷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쉬지 않고 종알 댔다. 집에 오는 길에 우리는 분당 '잡월드'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와 단 둘이 잡월드에 갔던 기억을 말하며, 올해 한번 더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잡월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체험관이었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각종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편 직업 체험을 하면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그 스탬프를 모으면 선물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재밌어 보였다. 또한 잡월드 외에도, '키자니아' 라는 곳도 있다고 했다. 이곳은 잡월드보다 좀 더 현실에 가깝게 구현되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그냥 아이스크림 가게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배스킨라빈스31의 체험시설이 있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언젠가 이곳에도 가보자고,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운전을 해나갔다.
이렇게 아내와 아이를 위한 직업 체험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어렸을 적 내 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나 꿈을 적어서 내라고 하면 항상 고민이 됐다. 엄청나게 열망하는 그런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적어 내야 할 땐, 장래 희망으로 '신부님'을 적어서 내기도 했다. 사실 신부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내가 성당에 다니고 있었고, 엄마가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계시니, 그냥 한번 적어봤던 것 같다. 이처럼 '꿈'이란 단어는 내게 다소 먼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잊고 있었던, 오래된 꿈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서점 주인'이었다.
그리고 이 꿈이야 말로, 나 스스로 되고 싶다고 열망했던, 소박하지만 꿈다운 꿈이었다. 빨리 안 잔다고 엄마에게 야단맞을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전등을 비춰가며 책을 봤었던 그때 그 시절. 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다. 서점 주인이 되면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하루 종일 보면서, 또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상상했었다. 오랜만에 떠올린 추억 속 꿈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 멀리 잡월드 건물을 일별 하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렸다. 우회전을 하며, 아내와 아이에게 말했다.
"아빤 어렸을 때 꿈이, 서점 주인이었어."
뜬금없는 아빠의 말에, 아내와 아이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서점 주인이 되면, 하루종일 책도 읽고 돈도 벌고 너무 좋을 것 같았거든."
그러자 아내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우리 나중에 은퇴하면, 책방을 열어봐도 좋겠다!"
나도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내가 말할 게 있는데~~"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아빠, 서점 주인은 하루종일 책을 읽지 않아- 책 읽는 사람들을 도와주지."
차 안은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건 맞지... 네 말이 맞지..."
우리 아들, 설마 했는데 정말 T였구나. 아빠의 어린 시절 풋풋한 꿈을 이렇게 차갑게 난도질하다니.
집으로 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아들의 말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