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이기 때문에

by 뀨얼랏

내가 배낭을 싸고 있는 동안에, 아이도 자기 배낭에 넣을 짐을 고민하고 있었다. 인형과 장난감들을 제 배낭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대충 짐을 다 싼 것 같길래, 아이의 배낭을 들어보니 꽤 무거웠다. 기어코 두꺼운 포켓몬 도감 책을 배낭에 챙겨 넣은 탓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빼면 된다지만, 숙소까지 과연 잘 메고 갈 수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어린이 배낭의 적정 무게에 대한 글이 있었다. 어린이 배낭 무게는 어린이 몸무게의 10-15%를 넘어선 안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 몸무게가 18kg이니 대략 2kg이 상한선인 셈이었다.


아이의 배낭 무게도 점검에 들어갔다. 내가 했던 것처럼, 아이에게 체중계에 가방을 들고 올라서게 한 뒤, 맨 몸 무게를 다시 한번 쟀다. 그 둘을 빼고 보니, 가방 무게가 2.5kg 정도였다. 어쩐지 내가 들었을 때도 묵직하더라니. '이 정도가 2.5kg구나?' 생각하며, 아이가 여행 중에 색칠 공부하려고 넣은 프린트물과 필통을 꺼냈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필통이 아주 터질 것 같이 빵빵했다. 포켓몬 도감 책 외에 가방을 무겁게 한두 번째 원흉이었다.


'으이구 이러니 가방이 이렇게 무겁지...'


우리 부부의 맥시멀(Maximal) 여행은 아이에게도 이어졌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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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필통에서 색연필을 절반 정도 덜어낸 뒤 내 지퍼를 잠그고 내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무게를 쟀더니 2kg이 안됐다. 휴, 이 미션도 해결했다. 아이의 필통을 넘겨받으며 내 가방의 무게가 무거워진 건 애써 머릿속에서 지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아무튼, 아이의 배낭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이 배낭이 가벼워진 만큼, 다른 짐을 넣어줘도 되겠다 싶었다.


"OO이 옷도 OO이가 챙기는 거야~"


아이의 바람막이를 둘둘 말아 배낭에 넣어주니 거부하지 않았다. 작은 튀김우동 컵라면 두 개도 넣어주었다.


"OO이 옷도 아빠 배낭에 넣고 가니까, OO이도 짐 나눠 들자~"


아이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최소로 하는', '배낭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주니, 아이가 더욱 협조적인 느낌이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집 안을 쫄쫄쫄 뛰어다녔다. 가방을 싸고 있는 아빠에게 훈수를 두기도 하고, 자기 가방을 들었다 놨다, 물건을 넣었다 뺐다 아주 오두방정이었다. 그 모습이 괜히 보기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 여행이 다른 여행 준비할 때보다 더 기대가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함께 나눈다'라는 기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각자의 배낭 속에, 함께 할 여행의 짐을 나눠 담아야 한다는 그 상황 자체가,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키는 것 같았다.


겨우 가방을 캐리어에서 배낭으로 바꿨을 뿐인데, 그러한 기분이 들게 만든 것이다. 캐리어였다면, 모든 짐을 대형 캐리어에 때려 박고, "이건 아빠가 끌 테니, 넌 얌전히 가라"라고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아빠는 사실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아이에게 솔직히 고백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족함에 대해 아이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도 혼자 힘으로 다 들기는 역부족이다. 우리 같이 나눠 들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로서 어깨 가득 짊어지고 있어야 했던 책임감이라는 멍에를 조금은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기분도 좋아졌다. 덩달아 아이도 신이 났다. 제힘으로 아빠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그런 게 아닐까?


즉, 이 여행은 나와 아이 모두 성장하기 위한 시작점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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