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으로 달라지는 인생의 방향

이직이 쉬울 줄 알았냐?

by 에세이 작가 훈

25년 9월, 퇴사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알찬 휴가가 될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퇴직 후 딱 3개월의 유효기간을 가지려 했다. 그 안에 휴식, 여행, 꼭 하고 싶었던 일, 지금까지 못했던 걸 다 해야겠다 다짐했다.


5월 13일 근무를 종료하고, 2주간은 여행과 사람들과의 모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평소 여행을 다녀보긴 했지만 항상 회사 걱정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다닐 때에는 오롯이 공간과 감정에 집중했다. 밤늦게 퇴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느라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퇴사 후에는 시간에 상관없이 지인들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


이렇게 하나씩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냈다. 어느덧 스스로 약속한 3개월이 되었다. 쉼, 여행, 글쓰기와 같이 원하던걸 다 했기 때문에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29살 늦은 나이에 취업에 성공해 한 분야에서 13~4년 경력을 쌓았다. 당연히 이직을 쉽게 생각했다.






사실 법적으로 퇴사한 건 맞았지만 실제로 전 회사 대표님은 충분한 휴식 후 내가 돌아오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나는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인수인계 기간 중 다른 회사에 입사가 구두로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이직하려는 회사의 사무실 확장 공사가 완료되는 7월 중순이나 8월부터 일하자고 했다.


7월 초 어느 날 낯익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직할 회사 사장님이었다. 확장하기로 했던 사무실 계약이 갑자기 폐기되었다고 했다. 다른 사무실을 알아봤는데 내 자리까지 없어 입사가 취소됐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8월부터 구직 사이트를 열심히 검색했다. 아무래도 나이와 경력, 연봉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고려해서 30군데 지원을 했다. 지원만 하면 당연히 면접으로 이어질 줄 알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2주가 지났다. 여전히 면접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던 첫 직장 사수분에게 카톡이 왔다.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연락은 자주 했지만 거의 1년 만에 만났기 때문에 안부부터 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직 상황을 이야기를 했다. 사수분은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에서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고 용기를 주었다.


사수를 만나기 전에도 기존 업무가 아닌 새로운 분야로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날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걱정되었다. 현실적으로 ‘실패’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사수와의 만남이 내게 변화를 일으켰다. ‘아직 늦지 않은 나이와 현재까지 쌓아 올린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수의 말씀이 와닿았다.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조언해 준 업무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보이는 공고마다 지원을 했다. 며칠을 기다려도 답은 오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그때 한 곳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연봉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 아쉽게도 첫 면접의 결과는 탈락이었다.


실망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갑자기 3~4개 회사에서 연속적으로 면접 일정 연락을 받았다. 사실 놀라웠다. 지금까지 반응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했다. 면접을 여러 번 봤지만 결국 연봉이 또 발목을 잡았다. 이때부터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나의 도전은 끝나는가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기존 업무 분야로 바꿔 지원했는데 이마저도 불합격이었다.






그렇게 8월도 끝나고 9월이 되었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종 방법, 꺼내기 싫었던 선택을 했다. 전 직장으로 복귀다. 신기하게도 결심하자마자 복귀하라고 먼저 연락이 왔다. 화요일 3시에 면담하기로 약속했다.


월요일 저녁, 모르는 번호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번 이력서를 제출한 회사 중 한 곳에서 면접을 제안을 했다. 전 직장 복귀가 높은 확률로 확정된 상황이라 고민했다. 그래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화요일 7시에 면접을 잡았다. 그러니까 화요일에 전 직장 면담과 새로운 회사 면접까지 총 두 탕 하루에 뛰어야 하는 것이다.


대망의 화요일이 되었다. 먼저 전 직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대표님,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복귀는 할 수 있지만 세부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으로 면담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사에 면접을 갔다. 면접관은 2명이었고, 면접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면접을 하는 내내 이 회사는 나를 배려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 분위기와 근무 조건이 좋아 합격을 빌며 회사를 나왔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 이번에도 또 떨어지는 걸까 실망하던 찰나였다. 오후 12시 30분 즈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어제 면접 본 회사의 담당자였다. 담당자분은 이렇게 말했다.


“면접 본 결과, 저희가 찾던 분이세요.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합격 소식을 받았다. 미치도록 기뻤다. 그동안 이직 준비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불안이 한 번에 날아가버리는 것 같았다. 전 직장에는 양해를 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확정했다.






퇴사하고, 3개월은 해보고 싶은걸 다 하면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 충분한 휴식 후 이직이 확정되었던 계획이 갑작스레 취소되었다. 당황했지만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다. 과연 내가 일할 곳이 없을까? 새로운 곳으로 입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은 쉽게 풀릴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했던 결과와 다르게 받아들이기 힘든 시련이 다가왔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반전이 일어나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행복했던 감정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고 또다시 희망이 되었다. 인생에 당연한 건 없다.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자신감이 높은 건 좋지만 자만하면 안 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느 순간에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인생을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웠다.




훗날에 이직을 준비하던 이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이 글을 나 자신에게 읽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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